[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아쉬운 결과다. 금메달 문턱까지 갔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은메달이다. ‘14살차 에이스 복식조’ 서수연(38·광주광역시청)과 윤지유(24·성남시청)가 한국 탁구 첫 번째 은메달을 수확했다.
서수연-윤지유조는 31일 새벽 4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수드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여자복식(WD5 등급) 결승전 류징-쉐쥐앤(중국)조를 만나 세트 스코어 1-3(7-1 7-11 11-8 9-11)로 아쉽게 패했다.
금메달을 노렸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중국이 조금 더 강했다. 이번 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두 번째 은메달이다. 동시에 탁구에서는 1호 은메달이 된다.
1세트는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서수연과 윤지유 모두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선제 득점으로 세트를 시작했지만, 이후 계속 실책이 이어지며 연속 7점을 허용했다.
‘언니’ 서수연마저 흔들렸다. 1-5에서 연거푸 2번의 서브 실책으로 2점을 더 내줬다. 윤지유가 강한 백핸드 공격으로 오랜만에 점수를 뽑으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3-10에서 4연속 득점을 올렸지만, 뒤집기에는 격차가 너무 컸다. 7-10에서 서수연의 실책이 나오며 1세트를 내줬다.
2세트 때는 서수연-윤지유가 작전을 살짝 바꿨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임했다. 3-1로 앞서나가며 효과를 보는 듯했다. 중반까지는 5-5로 팽팽히 맞섰다. 마무리에서 흔들렸다. 7-5로 리드하고도 계속 실수가 나왔다. 무려 연속 6점을 허용했다. 그대로 세트를 내줬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채 맞이한 3세트에서는 서수연-윤지유 조의 끈기가 돋보였다.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경기다. 서수연-윤지유는 남아있는 힘을 짜내어 11-8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4세트에서도 서수연-윤지유조가 힘을 냈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지만, 세트 후반 리드를 잡았다. 그 이상이 없었다. 9-8에서 내리 3실점. 9-11로 4세트를 줬다. 패배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 서수연은 테이블에 라켓을 떨구며 아쉬움이 깊이 담긴 탄성을 내질렀다.
‘14살 차이’ 서수연과 윤지유는 이번 파리 패럴럼픽을 앞두고 새롭게 복식 파트너가 됐다. 서수연은 2022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이다. 패럴림픽 정상도 노렸다.
윤지유도 마찬가지다. 두 번의 패럴림픽(2016 리우, 2020 도쿄) 때 이루지 못한 ‘금메달 획득’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가 컸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서수연은 “중국 선수들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식으로는 처음 붙어본다. 작전을 짜서 왔는데 상대가 잘 넘겼다. 우리도 잘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우리도 복식 멤버가 바뀌었다. 단체전에서는 (윤)지유와 함께한 적이 있지만, 복식으로 조를 맞추는 것은 처음이다. 호흡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실력은 비슷비슷하다. 항저우 때도 붙은 선수들이다. 그때는 자기 기량보다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거의 찾은 것 같더라. 우리가 많이 뒤지지는 않는다. 정말 조금 부족했다. 충분히 점수를 딸 수 있었는데 안 됐다. 4세트를 잡고, 5세트까지 갔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지유는 “금메달을 보고 왔는데 아쉬운 마음이 좀 큰 것 같다. 아쉽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조금씩 무조랐다. 이기고 있다가도 1~2점 모자라서 밀렸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끝이 아니다. 개인전이 남았다. 서수연은 “대진표로 보면 4강에서 류징 선수와 만난다. 류징 선수가 자기 기량을 많이 찾았다고 본다. 개인전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브라질과 이탈리아 선수도 잘한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잘 넘기고, 류징 선수까지 이겨서 금메달 따고 싶다”고 말했다.
윤지유는 “한 명만 보고 있다. 쉬에쥐앤 선수만 보고 있다. 그 선수만 잘 분석하면 될 것 같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잡았다. 이번에도 좋은 기세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