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평창군=이주상 기자]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이효석의 생가에 백일홍(百日紅)이 화려한 뽐내고 있다.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생가는 복원한 것으로 고증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백일홍이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백일동안 피어있다는 뜻으로, 8월부터 10월 말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백일홍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아주 옛날 바닷가 마을에 사악한 이무기가 매년 아름다운 처녀를 제물로 삼았다. 어느 해 한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이 제물로 바쳐지게 되자, 이무기를 처치하러 가게 됐다. 청년은 이무기를 처치하면 하얀 깃발을, 그렇지 못하면 붉은 깃발을 올리겠다고 말하며 바다에 나섰다.
사랑의 힘으로 이무기를 처치한 청년은 멀리서 하얀 깃발을 올렸지만, 아뿔싸 하얀 깃발은 이무기의 피로 붉게 물들어버렸다. 처녀는 붉은 깃발을 보고 사랑하는 남자가 죽은 줄 알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같은 길을 따라간다.
두 연인은 함께 묻혔고, 이후 무덤에 빨간 꽃이 피어나 100일 동안 사랑을 속삭여(?) 백일홍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백일홍의 꽃말도 ‘그리움’이 되었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백일홍이다.
한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한명인 이효석(1907~1942)은 단편 ‘사랑하는 까닭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님이여, 달빛을 타고 이 밤에 내 꿈속에 숨어드소서’라고 표현했다. 님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군은 이효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학교에 다니며 걸었던, 길에 핀 메밀꽃은 이효석의 소중한 기억이었고, 그 기억은 한국 단편 문학의 정수가 되었다.
이효석이 태어나고 자란 평창군에는 평창 이효석 문학관을 비롯해 효석 달빛언덕, 이효석 문학의숲 등이 조성되어 있어 이효석을 사랑하는 팬들을 반기고 있다. 또한 메밀꽃이 절정을 이루는 9월에는 매년 평창효석문화제를 열어 그를 추억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여정B] : 여행은 목적을 가지고 떠난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펼쳐지곤 한다. 부수적일 수 있고, 때로는 목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것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여정B를 통해 취재 중 보너스처럼 다가온 것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