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운명의 장난일까.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에서는 무려 3차례 한국 선수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대회 배드민턴 남자복식 WH1, 2등급 조별예선 A조 1차전에서 정재군(47·WH1·울산중구청)-유수영(21·WH2·한국장애인고용공단)조가 최정만(45·WH1)-김정준(46·WH2·이상 대구도시개발공사)조를 2-0으로 꺾었다.
1일 남자단식 WH1등급 준결승전에서는 최정만이 정재군을 제치고 결승으로 향했다. 3일에는 유수영과 김정준이 대회 남자단식 WH2등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붙었다. 남자복식 조별예선에서 이어 두 선수의 이번 대회 두 번째 맞대결이 성사됐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특히 이날 경기는 승패에 따라 동메달의 주인이 결정된다. 국가대표 동료로서 평소 돈독하게 지내지만, 이날 코트에서만큼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결과는 ‘베테랑’ 김정준의 세트 스코어 2-1(19-21 21-19 24-22) 승리. 이번에는 김정준이 웃었다. 2020 도쿄 대회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이날 동메달을 목에 걸며 패럴림픽 메달 3개째를 수확했다.
첫 세트 초반에는 김정준이 11-6으로 크게 앞서갔다. 그러나 유수영이 맹렬히 추격해 14-14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21-19로 역전에 성공해 기선을 제압했다. 김정준이 반격에 나섰다. 시작부터 6-0으로 앞섰다. 20-13으로 매치 포인트를 선점했다. 유수영도 추격했으나 김정준이 세트를 챙겼다.
동메달의 주인이 결정될 마지막 3세트. 치열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20-20 듀스가 됐다. 22-22에서 김정준이 내리 두 포인트를 따내며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김정준은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값진 동메달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두 선수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후 김정준은 “저승에 갔다 온 기분”이라며 웃은 뒤 “(유)수영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 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수영이는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다.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또 새롭게 4년을 준비해 날개를 펼쳐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수영은 “(김정준이) 더 잘하셨기에 이긴 것”이라며 “이 대회를 앞두고 꾸준히 맞붙었는데, 직전 대회에서는 내가 져 오늘 좀 긴장했다. 내게 ‘열심히 했다. 잘했다’고 해주실 텐데 나는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고 설명했다.
김정준이 다시 받았다. “수영이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선수가 앞으로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이끌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보다 분명 더 성장했다. 아직 경기 운영 면에서 아쉬운 게 있을 수 있지만, 2~3년만 더 국제 무대에서 뛰면 경험이 쌓이고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끝으로 김정준은 “복식에서 탈락하면서 ‘단식이라도 따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마터면 ‘노메달’에 그쳐 가족들에게도 면목이 없을 뻔했다. 컨디션은 좋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만족한다. 2028년 LA 대회도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