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보치아 ‘간판’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개인 네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보치아 황제’다.
정호원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수드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우승했다.
대한민국 이번 대회 3호 금메달이다. 앞서 사격에서 조정두(P1 남자 10m 공기권총 스포츠등급 SH1), 박진호(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스포츠등급 SH1)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보치아에서 다시 금메달이 터졌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1984 뉴욕-스토크맨더빌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1988 서울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무시무시한 업적을 달성했다. 정호원이 역사의 중심에 섰다.
경기 후 정호원은 “올림픽 시상식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현실이 되어 정말 기쁘다. 2016 리우 개인전 금메달 이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남겼다.
앞서 정소영과 정성준이 결승에서 패하면서 은메달에 그쳤다. 정호원이 마지막이다. 부담을 안고 나섰다. “속으로 ‘반드시 내가 해야 된다. 내가 해내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정호원은 1엔드에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1엔드를 3-0으로 마친 정호원은 2엔드에서도 큰 실수 없이 한 점을 추가했다. 3엔드에서 상대 변칙 작전에 말리며 0-2로 뒤지기는 했다. 그러나 4엔드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을 확정한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정호원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패럴림픽에서 총 7개(금 4개, 은 2개, 동 1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 보치아의 간판이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입은 정호원은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해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1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간판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했고,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켰다.
2008 베이징에서 금메달(페어·2인조)과 동메달(개인전)을 획득했고, 2012 런던에서 은메달(개인전), 2016 리우에서 금메달(개인전), 은메달(페어), 2020 도쿄에서 금메달(페어)을 거머쥐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호원은 이번 대회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