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늦깎이 국가대표’ 보치아 강선희(47·한전KPS)가 자신의 첫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품었다.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경기 보조를 맡은 박세열(29)이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강선희 부부와 5년째 한집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동고동락’이다.
강선희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수드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여자 개인 동메달 결정전(BC3)에서 브라질의 이바니 카라두를 7-2로 꺾었다.
감격의 메달이다. 준결승에서 패하며 금메달의 꿈은 무산됐다. 그래도 동메달이다. 늦게 국가대표가 됐고, 패럴림픽도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대한민국 보치아 1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원래 사회복지사를 준비했다. 40세 때인 2017년 우연히 보치아를 접했다. 필연이었다. 바로 보치아 선수가 됐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페어 금메달, 2023 몰트리올 월드보치아컵대회 개인전 2위 등 성과도 냈다. 마침내 패럴림픽에서도 메달을 품었다.
강선희는 “개인전은 동메달만 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목표를 이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큰 박수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금메달도 값지지만 동메달리스트가 더 축하받는 느낌이었다.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연히 선수가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수 혼자 이룰 수는 없다. 강선희의 경우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박세열 경기 보조다. 보치아 선수가 된 이후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박세열은 강선희와 인연을 맺은 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서로가 눈빛만 보고 원하는 플레이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합숙하기로 결정했다.
강선희는 “제가 2019년 국가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박세열의 부모님께 합숙 허락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박세열은 취업 준비 중이었다”고 돌아봤다. 박세열은 “2017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때는 보치아 경기를 위해 제가 가진 연차를 모두 소진했었다”고 말했다.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왔던 이들은 마침내 패럴림픽 첫 메달의 꿈을 이뤘다.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둘은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강선희는 “성별도 다른데 저를 케어하고, 같이 운동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와줬다”며 “박세열 덕분에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평소에 고맙단 말을 잘 안 했는데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열은 “그간 훈련 과정에서 여러 방법을 쓰면서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강선희 선수가 잘 이해해줬고, 서로 잘 맞춰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동메달을 따서 좋다. 남은 페어 종목에서 집중해서 금메달을 같이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선희는 앞으로도 박세열과 동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세열처럼 저를 잡아줄 보조 선수가 없을 것 같다. 성격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배려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짜증이나 화를 많이 낸다. 긍정적 기운을 많이 넣어주니 계속 운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함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세열은 “내가 아직 집이 없다. 같이 합숙하면서 계속 운동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