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일본프로야구(NPB)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준다. 자국 선수와 마찬가지로 등록 일수 8년을 채우면 FA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FA와 더불어 외국인 선수가 아닌 자국 선수 자격까지 부여한다. 지금까지 총 4명(알렉스 라미레스,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외국인 선수로 일본 땅을 밟은 후 자국 선수처럼 길게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1년 야쿠르트에서 NPB 커리어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2021년까지 무려 11시즌을 일본에서 보냈다. 2013년 아시아 최초 60홈런 고지를 밟은 그는 FA 자격과 외국인 선수 쿼터 제외 혜택을 두루 누렸다.
KBO리그도 외국인 선수로서 8년 자격을 채운 이가 있다. 오는 14일 잠실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에 임하는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43)다. 2011년 두산과 계약해 KBO리그에 입성한 그는 2017년까지 두산에서 7년을 뛰었다. 2018년에는 KT로 이적하며 KBO리그 커리어 8년을 채웠다.
하지만 KBO리그는 NPB와 다르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경력 8년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FA 자격도, 외국인 선수 제외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실행위원회(10구단 단장 회의)에서 NPB와 흡사한 제도를 건의한 단장이 있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일단 표본이 너무 적다. 니퍼트 외에는 KBO리그에서 8년을 채운 외국인 선수가 없다. 지난 7월말 LG와 이별한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도 6년을 채우지 못했다. 한화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도 8년에서 1년 모자란 7년을 뛰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기량 차이도 크다. 시계를 2019년으로 돌려서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로 뛴다면, 니퍼트를 보유한 팀은 선발진 구성이 한층 쉬워진다. 사실상 로테이션 5명 중 3명이 외국인 투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선발 투수 육성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3명으로 로테이션을 채운 팀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성 논란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NPB의 경우 KBO리그만큼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지 않다. 1선발을 자국 선수가 맡는 팀이 많다. KBO리그처럼 ‘외국인 투수=선발 투수’ 공식도 아니다. 외국인 투수가 마무리 혹은 셋업맨 구실을 할 때가 많다.
아직은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KBO리그도 이 문제를 두고 다시 논의할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몇 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 비중이 커진다. 이르면 이듬해 시행될 아시아 쿼터를 통해 20대 초반 선수가 오랫동안 한국에서 활약할 가능성도 있다. 니퍼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인 선수 신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외국인 선수로 입성해 국내 선수 자격으로 한국에서 커리어를 마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