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류현진이 류현진했다. 절체절명 순간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팀도 이겼다. 연패 스토퍼다. 170억원 계약은 틀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0승(8패)째다. 13년 만에 거둔 두 자릿수 승수. 덕분에 한화도 8-4로 이겼다.

지긋지긋한 5연패 탈출이다. 손에 잡힐 듯했던 5위 자리가 다시 멀어졌다. 또 지면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1승이 어떤 시기보다 귀중한 상황. ‘에이스’가 힘을 냈다.

2023시즌 후 미국 메이저리그(ML)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당연히 팀은 한화다. 한화도 ‘역대 최고 에이스’로 꼽히는 류현진에게 지갑을 크게 열었다. 최대 8년 계약에 총액 170억원을 안겼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다.

초반 주춤하면서 물음표가 붙은 것도 사실이다. 37세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5월부터 페이스를 찾았다. 5.65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3.71까지 떨어졌다.

기대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한화에서 류현진의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6일 LG전에서 류현진이 나서 승리를 따냈고, 이후 5연패다. 다시 류현진이 올라와 승리했고, 한화도 이겼다. ‘류현진-패패패패패-류현진’이다.

류현진도 팀만 생각한다. “10승을 따냈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가라고 하면 나간다. 맞춰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승리로 다시 7위가 됐다. 5위 두산과 승차는 3.5경기다. 잔여 경기가 12경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맞다. 일단 다 이기고 봐야 한다. 그리고 위에 팀이 패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어쨌든 포기는 없다.

류현진은 “아직 열 몇 경기 남았다. 10연승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선수들 처지지만 않으면 좋겠다”며 “나도 남은 두 번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더 낮추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괜히 한화가 170억을 쓴 게 아니다. 든든하다. 초반 부침이 있었다고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KBO리그에 적응이 필요했다고 봐야 한다.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남은 시즌 괴물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한화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