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좋을 때 매커니즘이 나왔다.”

KT가 역대 최초로 와일드카드전 ‘업셋’에 성공했다. 두산을 만나 연이틀 승리했다. 1차전은 윌리엄 쿠에바스(34)가 날았다. 2차전은 웨스 벤자민(31)이 MVP다.

벤자민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안타 무사사구 6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야말로 눈부신 호투다. 덕분에 KT도 1-0으로 승리했다. 벤자민이 두산 타선을 봉쇄하는 동안 6회초 강백호의 적시타가 터지며 1점을 뽑았다.

이날 최고 시속 150㎞ 속구가 힘이 있었다. 슬라이더도 날카로웠고, 커터도 마찬가지다. 간간이 섞은 체인지업과 커브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실 정규시즌 막판 크게 좋지 못했다. 9월 평균자책점이 8.34다. 완전히 밸런스가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나아가 시즌 전체 두산전 성적도 1패, 평균자책점 8.18이다.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날 쿠에바스도 불안감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벤자민도 똑같다.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후 크게 포효했다. 경기 MVP 선정은 당연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정도까지 잘 던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쿠에바스에게 자극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경기 후 만난 벤자민은 “오늘 전체적으로 한 이닝씩 끊어 막으면서 경기를 풀어가려 했다. 매 이닝 집중했다. 마지막 7회를 마친 후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안 좋았던 것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동안 타이밍이 안 맞았다. 오늘은 내가 좋을 때 투구 매커니즘이 나왔다. 사실 정규시즌 때는 두산이 나를 상대로 잘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경기만 집중했다. 결과가 좋게 나왔다.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초 업셋을 달성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기 전까지 5위 팀이 이긴 적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모르고 들어가서 차라리 다행이다. 우리 선수들이 가을야구 경험이 많다. 그래서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다음 시리즈까지 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팬들은 내가 못했을 때도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LG를 다시 만난다. 작년 LG를 상대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올해는 더 좋은 결과 내고 싶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