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올 시즌 K리그1 ‘고교생 신드롬’의 선두 주자인 양민혁(18·강원FC)이 프로로 2차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는 속도를 실린 유연한 드리블과 수준 높은 골 결정력으로 리그 최고 ‘영건’으로 거듭났다. 동계전지훈련에서 그의 가능성을 엿본 윤정환 감독이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중용했는데 번뜩이는 활약으로 화답했다.

또 지난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이적을 확정, 순식간에 빅리거로 거듭나며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까지 강원에서 뛰기로 한 양민혁은 지난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승선, 커리어 첫 A대표팀 태극마크까지 다는 영광을 안았다.

양민혁의 남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던 부분은 상대 견제를 이겨내는 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초반 반짝하는 선수는 이제까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상대 노련한 수비수는 스타일을 분석해 더욱더 강하게 압박, 제어한다. 경험이 적은 어린 재능은 위축되기 마련이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양민혁도 강한 견제를 받았는데 슬기롭게 이겨내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다가 시즌 첫 위기에 놓인 건 심리적 부담이었다. 토트넘행을 확정하고 대표팀에 승선을 앞뒀을 때부터 주춤했다. 너무나 큰 관심이 한 번에 쏠리면서 이전까지 보여준 한 템포 빠른 판단이나 문전에서 적극적인 돌파에 이은 슛이 줄었다. 그만큼 생각이 많아져서다.

윤 감독은 그럴 때마다 “아직 어리지 않느냐.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며 제자의 성장통을 받아들였다.

양민혁은 이번 10월 A매치 2연전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나 오히려 반전 계기가 됐다. 지난 7월26일 전북 현대전에서 8호 골을 넣은 이후 침묵하던 그는 지난달 22일 포항 스틸러스, 지난 6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 맛을 보며 살아났다. 양민혁 특유의 템포와 결정력이 빛났다.

대표팀 탈락이 오히려 보약이 된 모양새다. 마음을 내려놓고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한뼘 더 성장할 디딤돌을 마련했다.

정규리그 33경기를 모두 뛴 양민혁은 10골 6도움을 기록, 프로 데뷔 첫해 이미 ‘대박’을 쳤다. 아시아 무대 진출권 등이 걸린 남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에서 부담을 덜고 뛴다면 강원에도 호재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