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새 시즌 V리그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주인공. 바로 통역이다.

2024~2025 V리그 남자부는 ‘외국인 잔치’다. 대한항공(토미 틸리카이넨), OK저축은행(오기노 마사지)에 이어 우리카드(마우리시오 파에스), 현대캐피탈(필립 블랑), KB손해보험(미겔 리베라)까지 총 5명의 외국인 감독이 V리그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벌인다.

감독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토미 감독은 핀란드, 오기노 감독은 일본에서 왔다. 파에스 감독은 브라질, 프랑스 이중국적자다. 블랑 감독은 프랑스, 리베라 감독은 스페인 사람이다. 각 감독은 적어도 2~3명의 코칭스태프를 대동한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에 아시아쿼터 제도까지 정착하면서 외인 비중이 커졌다. 각 팀마다 외인을 2명 보유한다. 영어를 쓰는 외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특히 아시아쿼터 중에서는 자국어만 할 줄 아는 선수가 존재한다. 이번시즌에는 지난시즌에 없던 이란(3명), 중국(2명) 선수들까지 들어왔다.

그래서 중요한 게 통역의 역량이다. 통역이 각 감독의 메시지를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팀 내 소통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중에는 더 그렇다. 감독과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여기에 국내 선수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새 시즌 V리그 7개 구단에서 활약하는 통역 요원은 총 1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대로 따지면 소대급 규모다.

현대캐피탈이 4명으로 가장 많다. 감독과 코치를 위한 영어 통역을 따로 두고, 스페인어, 중국어 통역을 한 명식 세운다. 한국어까지 포함하면 한 팀에서 4개의 언어로 소통한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 OK저축은행이 3명으로 뒤를 잇는다.

OK금융그룹의 경우 감독은 일본어, 피지컬 트레이너는 포르투갈어를 쓴다. 외국인 선수 루코니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 아시아쿼터는 중국의 장빙롱이다. 한국어를 포함하면 무려 5개 언어가 팀 내에서 통용된다. 복수 언어에 능한 통역이 있어 인원은 3명이지만 리그에서 가장 ‘글로벌한’ 팀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감독이 있는 삼성화재, 한국전력도 2명의 통역을 쓴다. KB손해보험도 통역이 2명이다. 예년에 비해 많지만 다른 팀이 워낙 많아 적어 보인다.

각 팀은 비시즌 통역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 배구라는 종목의 특수성 때문에 언어 능력과 함께 이해도, 센스까지 보유해야 팀 내 소통을 책임질 수 있다. 게다가 통역은 외인의 상황에 따라 매니저 역할까지 해야 한다. 국내에는 이 정도의 ‘능력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통역을 구하기 어려워 한 명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라며 웃은 뒤 “이제 진짜 통역이 중요하다. 말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감독이 외국인이면 뉘앙스, 의도까지 잘 전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