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새벽’(2001) 단역으로 연기 생활 시작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사랑 받은 뒤 ‘쎄시봉’ ‘히말라야’로 각광
“연기를 즐기지 못했다”→“힘 많이 들어가면 연기 엇나가”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몸과 마음이 아주 아팠어요. 2년 정도 작품 쉬었고요. 그때 많이 깨달았죠. 저를 돌보는 시간이었고 필요했어요.”
늘 유쾌해 보이는 정우였다. 내면은 계속해서 빨간불을 켠 채였다. “아팠다”는 이야기는 더 아리게 들렸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출연한 정우는 지난 16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마음 치유를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걸 손석우 대표(BH엔터)가 알려줬다”며 “매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우에게 연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지푸라기였다. ‘7인의 새벽’(2001) 단역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바람난 가족’(2003)에선 동네청년으로, ‘짝패’(2006)에서 십대 왕재로 나왔다. 대표작 ‘바람’(2009)으로 주인공 짱구도 됐지만, 좀처럼 뜨질 못했다.
제대로 된 이름은 데뷔 16년 만에 찾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6) ‘쓰레기’ 오빠 김재준부터 이륙했다. 영화 ‘쎄시봉’(2015)에서 오근택으로 ‘히말라야’(2015)에서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한 故 박무택을 연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드라마-영화 촬영장을 누비던 어느 날, 그를 지탱하던 끈이 툭하고 끊어졌다.
“그때는 연기만 보면서 생활했어요. 자나 깨나 작품만 생각하고 연기만 바라봤거든요. 그게 나를 갉아먹는지 몰랐어요.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해야 했는데…. 현실과 작품을 구분 못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왜 그랬을까. 정우는 “단역에서 조연 주연으로 가면 갈수록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며 “어렸을 때는 연기 검사를 맡았다. 자기 검열이 계속 생겼다. 연기를 즐기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출연을 꺼렸던 예능도 이젠 즐길 수 있다. 유브이(유세윤 뮤지)와 찍은 페이크다큐에선 ‘바람’ 짱구처럼 신나게 말로 후드려 팼다. “마 건들건들하지 마. 주 차뿔라”는 대사에 뮤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정우는 “예전엔 이런 콩트를 못 했다. 두렵고 부담스러웠다”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연기를 해야 하는 거 자체가 어렵고 불편했다”고 낯을 가렸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2~3년 전부터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나를 내려놓고 연기하니까 편하고 즐겁더라고요. ‘유브이방’ 하면서도 NG를 엄청나게 냈어요. 웃겼어요. 제가 좋아하는 채널이라 즐기면서 했어요. 너무 재밌게 촬영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정우 찐팬인 기안84와도 유튜브 촬영을 했다. ‘날 것’ 그 자체 기안 매력에 흠뻑 빠졌다. 정우는 “기안이는 너무 제 과여서 좋았다. 진짜 자연인”이라며 “예능이란 생각 안 하고 하니까 좋더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 전환은 전부였던 연기를 삶의 일부로 보면서 시작됐다. 고된 경험 뒤 얻은 열매다.
“양궁 선수가 과녁에 활을 쏠 때 부모, 자식, 내 성장 과정 담아서 쏘지 않지는 않잖아요. 의미 부여를 많이 하면 외려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가서 엇나가는 거 같아요. 마인드를 심플하게 만드는 게 작품 흥행에도 도움이 돼요. 제가 건강해야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으니까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