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심은경은 ‘소년 급제’의 아이콘이다. MBC ‘대장금’(2003)으로 데뷔해 ‘태왕사신기’ ‘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한 그녀’까지 메가 히트작에 참여했다. 이른 나이에 연기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성인 연기자로 전환되는 시점이 아역 배우 출신의 큰 숙제다. 어린 모습에 익숙해진 터라 성인의 화법이나 행동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심은경도 적잖은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흥행작이 줄어들었다. ‘염력’ ‘궁합’이 특히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차에 곧 일본으로 떠났다. 2018년부터 한 두 작품씩 하더니 활동의 본거지를 일본에 뒀다.

심은경은 지난 21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해외 활동이 나름의 목표였다. 욕심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일본이었다. 때마침 2018년에 일본 매니지먼트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해가 많았다. “돈 벌려고 일본 갔다”면서 생채기를 낸 ‘가짜뉴스’도 있었다. 일본은 국내에 비해 출연료가 턱 없이 부족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유명 드라마 출연자임에도 회차당 백만원 단위의 출연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회차당 억대 출연료를 받는 한국과 큰 차이가 난다.

“제가 돈 벌려고 일본 갔다는 건 너무 모르는 소리예요. 애초부터 연기라는 직업을 돈 벌려고 한게 아니에요. 연기자로서 표현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어요. 돈을 버는 게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진 않아요. 일본 활동에 있어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웃으면서 넘겼어요. 한국이 싫어서 간 건 아니거든요.”

가자마자 곧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2020년엔 영화 ‘신문기자’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 국내 뛰어난 연기를 옆나라에서도 심은경을 알아봤다. 심은경만 스스로 능력을 낮게 봤다.

“지금도 그 상을 받은 게 믿기지 않아요. 아쿠쇼 코지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배우인데, 제 이름을 호명할 줄 정말 몰랐어요. 그냥 즐기러 간 시상식이었어요. 스태프들에게도 멋지게 꾸미고 놀다오자 했는데, 제 이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 봐도 울기만 하고 소감을 너무 못하더라고요. 하하.”

심은경이 독특한 색감의 영화 ‘더 킬러스’로 돌아오는 가운데, 소년급제의 아이콘 중 또 다른 주인공 문근영은 넷플릭스 ‘지옥2’로 돌아온다. 심은경이 실험적인 구조에 들어간 배우라면, 문근영은 실험체로서 컴백하는 느낌이다. 같은 결은 아니지만 공교롭게 비슷한 지점이 있다.

“문근영 선배와 나란히 서도 괜찮을까요? 저는 정말 대단하신 선배로 여겨요. 저도 ‘지옥2’를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예고편 봤는데 응축된 에너지가 다 담겨 있더라고요. 앞으로 다양한 작품 많이 하셨으면 좋겠고, 응원할 거예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