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당연히 빅볼이다. 10점 주면 11점 뽑겠다.”

특유의 호탕함과 진중함이 묻어 나왔다. 현역 시절 내내 주장을 맡았던 듬직한 리더십이 6년 지도자 경험을 통해 사령탑으로 더 크게 빛날 전망이다. ‘호부지’ 이호준(48)이 NC 제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NC는 지난 22일 이호준 전 LG 수석 코치와 계약금 3억원·연봉 9억5000만원·인센티브 1억5000만원에 3년 최대 14억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감독은 3년 만에 감독으로 다시 NC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NC 중심 타자이자 리더로 활약한 이 감독은 2018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연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NC 타격코치를 맡았고 2020년 NC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LG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22년과 2023년 LG 타격 코치를 맡았고 LG는 2년 연속 타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올해에는 수석 코치를 맡아 예비 감독 수업도 받았다. 깜짝 사령탑 부임이 아닌, 지도자 6년 과정을 밟은 후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도 과정 속에서 이룬 결실을 강조했다. 그는 23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통화에서 “시기가 딱 맡는 것 같다. 예전부터 이쯤 감독을 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바라는 시기에 감독을 맡게 됐는데 NC 감독이 돼 더 좋다. NC 1호 선수였고 은퇴식도 1호로 했다. 이후 지도자가 됐는데 지도자로서 첫 번째 꿈을 이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어떤 팀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실과 이상은 다를 것이다. 그래도 일단 우리 선수들이 늘 야구장에 오고 싶고, 야구하는 게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겠다”면서 “분위기가 좋아야 결과도 나온다.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조건 중 하나도 분위기에 있다고 본다. 늘 즐거운 팀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NC에 담을 팀 컬러도 예고했다. 이 감독은 “NC에 오래 있었던 게 나와 선수단 모두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코치님들과 선수 모두 익숙하다. 서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잘 알 것”이라며 “장점을 극대화하겠다. NC는 현역 타율 1, 2, 3등(박건우 손아섭 박민우)을 모두 보유한 팀이다. 여기에 앞으로 팀을 이끌 유망주 김주원 김형준 서호철도 있다. 이들을 앞세워 화끈한 야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낯선 발언은 아니다. 현역 시절 337홈런을 쏘아 올린 이 감독은 NC와 LG 타격 코치로도 자신과 비슷한 컬러를 타선에 입혔다. 적극적인 타격을 모토로 초구 혹은 3구 내에 승부를 강조했다.

이 감독은 “나는 당연히 빅볼이다. 10점 주면 11점 뽑으면 된다. 모든 플레이에 적극성을 강조할 것이다. 타격은 물론 투수들에게 투구도 적극적인 승부를 주문하겠다”며 “선수단 구성상 빅볼을 할 수 없는 팀이 있다. 우리는 아니다. 빅볼을 할 수 있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많다. 아직 재계약 여부는 모르지만 홈런왕 데이비슨도 있다. 홈구장도 홈런이 나오는 구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점으로 지적받는 마운드에 대해서는 “다 갖추면서 하는 팀이 얼마나 되겠나. 부족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24일부터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코치님들 의견을 경청하겠다. 공필성 2군 감독님을 비롯해 직접 선수를 보고 계셨던 지도자분들과 대화 나누면서 마운드도 잘 만들어 보겠다. 차기 코칭스태프 구성도 24일부터 프런트와 논의하면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목표는 뚜렷하다. 올해 삼성처럼 반전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당연히 목표는 가을 야구다. 올해 삼성이 보여준 것을 내년에는 우리가 해내고 싶다. 기존 주축 선수가 활약하고 젊은 선수가 터져준다면 우리도 삼성처럼 될 수 있다고 본다. 즐겁고 신나는 야구 한 번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3년 동안 함께 한 LG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3년 동안 공부를 많이 했다. 타격 코치만 했다면 시야가 좁아졌을 텐데 수석 코치도 맡겨주시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염경엽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믿고 맡겨 주신 차명석 단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LG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