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일반인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출연자의 범죄 전력이다. 성추문, 폭행, 사기, 음주운전 등 범죄와 연루된 출연자를 검증하지 못해 뒤늦게 뭇매를 맞은 사례가 적지 않다. 당사자나 지인 인터뷰뿐만 아니라 범죄 이력 조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토 등 모든 과정을 거치지만, 모든 리스크를 걷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요리경연프로그램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트리플스타와 비빔대왕, 한식대가 등이 부정적인 이슈에 휩싸였다.
트리플스타 강승원 셰프는 사생활 폭로로 충격을 던졌다. 강 셰프의 전 아내 A가 공개한 반성문 일부에는 “야한 옷을 입은 여자 손님이 혼자 앉아 있는데 창고에서 CCTV 영상으로 몰래 들여다본 것” “내 욕망 때문에 다른 남자와 잠자리 갖게 요구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레스토랑 공금 횡령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이 조사(내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려한 외모에 이어 깔끔한 조리 등으로 큰 인기를 모은 강 셰프는 전 아내 폭로 이후 잠적한 상태다. 3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린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개최기념 특별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빔대왕’으로 불린 유비빔은 1일 식당 불법 영업 사실을 털어놨다. 사업에 실패한 뒤 2003년부터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며, 아내 명의로 공연전시한식체험장을 차려 편법으로 영업한 사실도 공개했다.
유비빔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20년 동안 혼신을 다해 가꿔온 옛 비빔소리 공간을 비빔 전시, 비빔 공연 장소로 무료 개방하겠다”고 했다. 유비빔은 6일 방송하는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 예정이었지만, 제작진은 통편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퇴출이다.
한식대가 이영숙 셰프는 2010년 4월 차용증을 작성하고 1억원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다는 ‘빚투 폭로’에 휩싸였다. 채권자가 사망하자 이 셰프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법원에서 변제하라고 판결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셰프 측은 “돈은 이미 다 갚았다”며 “악의적인 비방”이라고 주장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NA, SBS PLUS ‘나는 SOLO’도 출연자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23기 출연자 중 ‘정숙’이 2011년 특수절도 사건의 피의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숙이 공개한 사진이 범죄 보도에 활용한 자료사진과 동일하고, 참가자 번호와 이름까지 일치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여성은 2011년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돈을 훔쳐 달아났고, 동일한 수법으로 남성 2명에게서 300만원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정숙은 JTBC ‘사건반장’과 통화에서 “형법상의 죄를 저질러서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며 “내가 특수절도 했다고 누가 그러나”고 반박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23기 유튜브 영상을 모두 내리고, 재방송 편성을 일시 중단했다. 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면서 불편 없이 조치할 것을 약속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자가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 너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방송 제작진의 검증 시스템이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사생활이나 개인사는 다 찾아내기 힘들다. 출연자가 속이려 들면 속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