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연상호 감독님을 어떤 영화제 술 자리에서 처음 봤어요. 텐션이 엄청 높더라고요. 날아다녔어요. 저는 텐션이 낮고, 낯가림도 있는 편이거든요. ‘나랑은 안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소리의 연상호 감독에 대한 첫 인상이다. 다소 냉혹한 지점이 있다. 영화제에서 후배 감독들과 신나게 얘기하는 연상호 감독과 크게 연이 닿을 것이란 생각은 못 했다. 아무래도 결이 맞는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편한 것도 사실이어서다.
의외의 인연은 故 강수연 장례식장에서 이뤄졌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연을 맺은 연 감독과 오래 전부터 강수연과 친분을 유지한 문소리가 한 자리에 만났다. 강수연, 문소리, 연상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연이 깊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문소리는 “수연 언니 단골집이 있어요. 우리끼리 언니 생각하면서 모이자고 했는데 성사가 됐다. 연 감독, 저, 배우 양익준이 모였다. 생김새는 다소 거친 면이 있으신데 정말 귀엽고 호감이 갔다.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몸 담은 세 사람의 이야기꽃은 질줄 몰랐다.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서서히 자리가 마무리를 할 때쯤 연상호 감독이 본색을 내밀었다. “작은 역할인데 혹시 시나리오 보실 의향이 있을까요?” 문소리는 “일단 좋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지옥2’였다.
‘지옥2’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이수경은 청와대 재직 중인 정무수석이다. 화살촉과 새진리회 간 이념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새진리회에게 힘을 실어줘 사회의 안정을 찾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절자적 정당성 보단 실리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감독님 작품 중 ‘지옥1’을 가장 재밌게 봤어요. 웬만하면 하려고 했는데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다 미쳐있잖아요. 문근연, 임성재, 김신록, 김성철 다 미쳐있고, 김현주는 액션으로 미쳐있죠. 저만 정상인 거예요. 공간도 뻔 하고요. 재미없는 말들만 잔뜩 있어요. 제 파트는 시청자들이 다 돌릴 것 같더라고요.”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사람들이 듣고 앉아 있겠냐”고 물었다. 나중에 편집될 가능성도 높다고 여겼다. 연 감독에게 돌아온 말은 “그래서 더 해주셨으면 한다”였다.
“대사로 뱉지 말고, 극에 녹이라고도 했었어요. 세계관은 이해가 아니라 느끼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결국 제가 졌죠. 정작 촬영 현장은 정말 재밌었어요. 지치지 않는 열정의 소유자였어요. 의외의 합이었어요. 등산복도 감독님이 추천해준 거예요. 종종 저 덕분에 ‘지옥2’ 세계관이 이해된다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지옥2’는 아직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부활자에서 시연자가 된 정진수(김성철 분)에서 막을 내린다.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놨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 저만 빼고 가면 서운할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님과 작업은 언제든 열려 있어요. 감독님과 저는 영화나 세상을 보는 세계관이 딱 맞지 않아요. 그래도 보완이 되는 관계 같아요. 연상호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관계라고 여겨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