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공격 포인트 생각도 못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 마무리를 예고한 박주영(39·울산HD)은 마지막 무대에서 대망의 국내 무대 공격 포인트 100개를 채운 것에 감격해하며 말했다.

만화 같은 은퇴 경기였다. 박주영은 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최종 38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서 팀이 2-2로 맞선 후반 28분 교체 투입돼 1골1도움 대활약을 펼치며 4-2 대승을 견인했다.

이미 K리그1 3연패를 확정한 김판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흐름과 관계없이 교체 명단에 둔 박주영에게 15분여 출전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기가 치열하게 흘렀는데, 박주영 투입이 곧 승부수가 된 것이다.

그는 후반 39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이규성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옆에 따라붙은 아타루에게 절묘하게 패스, 그의 결승골을 도왔다. 이어 5분 뒤엔 이청용이 왼쪽에서 감각적으로 올린 공을 골문으로 달려들며 오른발을 갖다 대 쐐기포로 연결했다.

이 경기 전까지 그는 국내 무대 통산 99개 공격포인트(76골23도움)를 기록 중이었다. 모두 전 소속팀 FC서울에서 해낸 것이다. 이날 2개를 추가하면서 100개를 넘어섰다.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그가 골을 넣었을 땐 그라운드 동료는 물론 김판곤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역시 모두 달려가 얼싸안으며 감격해했다.

박주영은 경기 직후 “공격포인트는 생각도 못했다.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공 재미있게 차고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청용이가 기가막히게 올려줘서 득점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우승 시상식) 세리머니하는 날에 (선수로) 넣어주신다는 것 자체가 동료 선수, 코치진의 과감한 결단으로 가능했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주영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오늘도 선수, (구단) 관계자, 코치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서) 서울 (원정)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우승을 조기에 달성해) 승패는 상관이 없었지만 세리머니 하는 날에 선수로 넣어주신다는 것 자체가 (동료)선수, 코치진의 과감한 결단으로 가능했다. 감사하다.

- 감독께서 ‘15분 안에 해결해달라고 주문했다’던데. 1골 1도움 활약을 펼쳤다.

공격포인트를 올릴 것으로 생각 못 했다. 그저 선수와 마지막으로 공 재미있게 차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청용이가 기가 막히게 올려줘서 득점했다.

- 통산 100번째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아타루의 어시스트 상황에서는) 슛하고 싶긴 했는데, 했으면 안 들어갔을 것 같다. 아타루가 잘 마무리해줬다. 좋은 결과 얻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 이제 은퇴하는 것인가.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안 보이면 은퇴한 게 아닐까 싶다. 편안하게 지나갔으면 한다.

- (오늘 경기 보니) 더 선수 생활해도 될 것 같은데.

뛰는 게 힘들더라.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무리가 있다.(웃음)

- 경기 끝나고 동료의 반응은?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청용이하고는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감회가 새로웠다. 청용이에게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 프로 데뷔골을 어시스트한 상대 수장 김은중 감독께서 “주영이 은퇴 자리에서도 어시스트한 것 같다”고 웃더라. 서울에서 밥 살 것 같다고도 하던데.

(밥 살 기회를) 주면 당연하다. 말씀하셨다시피 (프로에) 데뷔하고 데뷔골을 김은중 감독께서 어시스트해줬다. 경기 끝나고 내게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 은퇴 이후의 삶은?

지금은 아이디어가 없다. 일단 올 시즌을 마무리한 게 아니다. 마무리 잘하고 싶다. 팀원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하고 싶다. 그 이후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에 그런 부분에서 얘기를 해야하지 않을까.

- 일전에 서울 원정에서도 많은 팬이 환호해 줬다. 오늘 울산 팬도 격려해 줬는데 하고 싶은 말은?

팬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 주셨다. 프로 20년 차다. 20년 동안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