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가운데,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한매연은 공식입장문을 발표하고 뉴진스의 계약해지 선언으로 느낀 산업 종사자들의 허탈감과 그로 인한 파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앞서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지난달 28일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계약해지 선언을 했다. 귀책사유가 어도어에 있기 때문에 위약금도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매연은 “모든 절차들을 무시한 현재 뉴진스 측의 입장은 처음부터 계약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상호간의 노력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거나 그러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선언만으로 계약의 해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어떻게 전속 계약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한 계약을 토대로 누가 투자할 수 있겠냐”며 “본 연합은 뉴진스가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회사와의 대화에 응하길 바라며, 해당 분쟁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처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해당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한매연에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고 해당 사안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매연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일선에서 현재 활동 중인 매니저 및 회사 약 350여명이 소속되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인가 단체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연예산업 종사자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과 낙후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한류의 성장에 어울리는 산업적 제도를 갖추자는 목표로 가지고 있으며 연예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입법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이들은 업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앞서 한매연은 그룹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의 전속계약 분쟁 당시에도 계약 종료 전 사전 접촉(탬퍼링)을 공식 규탄한 바 있다. 최근 피프티피프티 전 멤버 새나, 시오, 아란이 복귀하려는 움직임지 포착되자 지난 10월 성명문을 또 발표하고 이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한매연은 “탬퍼링을 주도한 아티스트가 기존 계약 관계를 무시하고 활동을 재개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며 연예계 전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행동이 계속해서 용납된다면 기존의 전속계약은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도 계약을 무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지며 결국 산업 전반에 걸쳐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의 법적, 윤리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탬퍼링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강화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매연은 지난해 국내 주요 연예 제작자 단체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한국제작자협회 등과 함께 가요계에 지속적으로 탬퍼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예기획사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을 6년만에 이뤄내는데 힘쓰기도 했다.
피프티피프티 사태로 인해 가요계에서 요구했던 탬퍼링 규제에 대해 문체부는 전속계약 종료 후 새 소속사로 이전하는 경우, 전 소속사에서 제작한 음원 등과 동일·유사한 콘텐츠 재제작 및 판매 금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기대수익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항을 만들었다.
피프티피프티 탬퍼링 사태부터 뉴진스의 일방적 계약 해지 선언까지, 한매연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대중문화연예사업 종사자 내부에서도 생산자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질서 성립에 대한 중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프티 피프티와 뉴진스처럼 데뷔 1~2년 이내의 신인 그룹이 정상을 찍는 경우가 나오면서 신인 가수와 연예기획사의 역학 관계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K팝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자본의 크기가 곧 아이돌 제작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대형 기획사 집중화 현상이 커지자 중소기획사들의 목소리를 낼 창구가 더욱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또 가수와 기획사의 관계도 예전과 같지 않다. 아티스트의 경우 팬덤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에 기획사가 휘둘리는 일도 빈번하다. 따라서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산업 종사자들의 권익 신장과 인식 개선을 위해 힘을 합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