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나문희가 없는, ‘AI 나문희 영화’가 제작됐다. 배우 나문희 목소리와 얼굴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제작한 영화 ‘나야, 문희’가 24일 CGV에서 공개된다.
나문희는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나야, 문희’ 시사회 및 시상식에서 “날개를 달아서 좋았다”며 “이렇게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움직이는 건 정말 좋았다. 아이디어들이 너무 좋았다. 세상에 가보지 못한 곳에 가서 덩그러니 앉아 있으니까 그것도 행복했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영화 ‘나야, 문희’는 AI로 100% 제작됐다. 실제 배우 기반 최초 ‘AI 영화’다. 작품은 1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이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냈다. ‘AI 나문희’가 배우 나문희를 대체한 미래 모습에서부터 멕시코 갱단 두목으로 변신한 나문희, 전투기·우주선을 타는 나문희 등 모습이 담겨 관객들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박재수 MCA 대표는 “그동안 실제 배우가 등장하지 못한 건 이를 그럴듯하게 구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실제 스타 배우를 AI영화에 참여하는 게 획기적이라고 생각해 나문희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 배우들이 도전에 걱정이 많아 기회를 잘 안 주는데 선생님께서 이런 기회 주셨다”고 답례로 큰절을 올렸다.
영화 ‘안시성’ 등을 제작한 박 대표는 “스타 배우들이 한정된 시간 때문에 많은 활동을 못 한다. 많은 분이 많은 활동을 하게 하려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AI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알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AI로 장편영화를 만드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나야, 문희’ 5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다. ‘쿠키게임’(박원표 감독) ‘나문희 유니버스’(유지천 감독) ‘지금의 나, 문희’(원경혜 감독) ‘두 유 리얼리 노 허(Do you really know her·정은욱 감독)’, ‘산타문희’(정은찬 감독) 등으로 매력적인 나문희를 그려냈다.
‘생성형 AI’로 인한 딥페이크 우려도 있다. 이에 박 대표는 “딥페이크로 인한 불법 영상이 많이 나온다. 합법 영역으로 들어와 배우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콘텐츠를 만들면 불법적인 일이 정리될 것”이라며 “배우 입장에서도 합법적으로 하니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배우에게 컨펌을 받고 영화를 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면서 만족할 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문희 역시 “이런 나문희도 있고 한편으로는 저런 AI 나문희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날개를 달고 돌아다녀 보자 하는 생각이어서 그런 건(딥페이크) 크게 생각 안 했다”고 답했다.
영화는 ‘생성형 AI’ 기술 초반이라 어색한 점이 다소 보인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함을 주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와 같은 장면도 곳곳에서 눈에 뜨인다. 다만, 이를 극복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배우 영역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향후 기술력 향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