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K-술게임에서 착안한 로제의 ‘아파트’에 이어 K-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전세계를 중독시키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회전목마를 연상케 하는 원판이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라는 노래와 함께 돌아가다가, 참가자들은 지명되는 숫자에 맞춰 짝을 지어 준비된 방으로 들어간다. 시간 내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그대로 죽는다.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둥글게 둥글게’의 밝은 멜로디는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 미션곡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둥글게 둥글게’는 2021년 8월 별세한 이수인 작곡가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동요다.
최근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계정 중 하나인 ‘스틸 왓칭 넷플릭스’에 ‘오징어게임2’의 짝짓기 게임에 등장했던 ‘둥글게 둥글게’ 영어 해석 자막이 달린 영상이 게재했다. 이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300만회를 넘기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각종 SNS에는 외국인들이 ‘둥글게 둥글게’ 노래에 맞춰 친구와 함께 팔짱을 끼고 돌며 노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둥글게 둥글게’를 힙합 분위기로 리믹스 하거나 태국의 유명 클럽에서 ‘둥글게 둥글게’를 틀어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꽂혔다”라는 반응이 많다.
시즌1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한국 고전 놀이가 등장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데에 이어 시즌2에서는 K-동요인 ‘둥글게 둥글게’가 재평가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발표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했지만 노래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들을 차용했다는 점은 ‘아파트’의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둥글게 둥글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역시 한번 들으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외국인에게 낯선 한국어 가사지만 반복되면서 흥얼거리게 만드는 단순한 가사가 특징이다.
이에 유튜브·틱톡 등 SNS에는 서툰 발음으로 ‘아파트’를 다 같이 부르거나 ‘아파트’ 게임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열풍에 새해에도 역주행에 성공, 11일자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 100’에서 5위를 차지하며 K팝 여성 가수 최초 톱5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에선 한국의 특수성이 세계의 보편성을 확보한 선례로 남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한국의 술게임에서 따온 보편적인 리듬을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글로벌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협업해 영미권 공략에 성공했고 ‘둥글게 둥글게’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추억의 멜로디를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보편성을 확보했다”며 “글로벌로 나아가는 K콘텐츠와 K팝의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