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불혹’의 베테랑 이용(39)은 이제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

1986년생인 이용은 흔히 말하는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 살이 됐다. 활동량이 많은 사이드백의 포지션 특성을 고려하면 대단한 이력이다.

이용이 피치를 누비는 모습을 오래 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태국 방콕의 동계 훈련 캠프에서 본지와 만난 이용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해까지만 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제일 명예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 나이가 되니 1년 차이가 너무 크다. 몸 상태가 확실히 다르다. 회복 속도가 확연히 늦어진다. 그나마 경기에 뛰면서 은퇴하고 싶다. 밀려나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하고 싶지 않다.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마흔 살이 됐으니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도 있다”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생각대로 올해 은퇴한다면 지금 하는 동계 훈련이 이용의 프로 커리어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시즌 준비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잘하는 것 말고 팀이 잘하는 것을 생각한다”라면서 “마지막인데 팀이 강등 걱정을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팀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파이널A에 간다면 정말 기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수원FC 팬이 강등 걱정을 하게 만들기 싫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많은 나이에도 이용은 관록을 앞세워 자신의 자리에서 장점을 발휘한다. 지난해에도 30경기에 나설 정도로 왕성하게 뛰었다. 이용은 비결을 김은중 감독의 ‘배려’로 꼽았다.

이용은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난시즌에 그 정도로 뛰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면서 “감독님은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지금도 운동을 이렇게 안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리를 철저하게 해주신다. 부상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 덕분에 무리 없이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과는 지난해에 처음 함께했는데 정말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소통하는 분들이 있는데 감독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합리적이면서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선수들의 요구를 잘 들어주신다. 팀 전력에 맞는 전략, 전술을 짜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갖추신 분이다. 지난해 파이널A에 간 것은 감독님의 능력 덕분”이라며 김 감독의 지도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후배, 동료들의 지원도 이용을 오래 뛰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사실 내가 전성기만큼 뛸 수가 없다. 그래서 활동량 면에서는 확실히 적다. 대신 앞에 있는 후배들이 많이 뛰어준다.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내 자리에서 더 역할을 잘 해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팀이 정말 좋은 팀이라는 점을 느끼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용은 K리그 통산 382경기에 출전했다. 18경기만 더 뛰면 400경기의 금자탑을 이루게 된다. 이용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내 기록을 위해 뛰고 싶지는 않다. 내가 팀에 도움이 안 된다면 그 기록 때문에 뛸 이유가 없다. 팀이 잘되는 게 무조건 우선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400경기를 채울 생각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제 은퇴 후의 삶도 바라본다. 이용은 지도자 자격증 B급까지 취득했다. 올해 A급 교육에 들어가기 위해 신청한 상태다.

이용은 “사실 지도자 생각이 크지는 않았는데 교육을 들으면서 재미, 흥미를 많이 느꼈다. 그래서 진지하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올해 은퇴하게 된다면 당장 다음 해부터 코치가 되어 지도자로 시작하고 싶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님께도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있다. 감독님도 딸 수 있을 때 따야 한다면서 올해 A급이 되면 가라고 하셨다. 아직 선수 신분이긴 하지만 감독님이 어떻게 팀을 이끄시는지도 잘 보면서 배워 가고 있다”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