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스프링캠프부터 전투태세로 시작할 예정이다.”

퓨처스팀 감독 선임을 두고 홍역을 앓았던 SSG가 새 감독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박정권(44) 감독을 영입했다. 2년 만의 SSG 지도자 복귀다.

그동안 논란이 컸다. SSG는 지난달 31일 박정태 퓨처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의 외삼촌이라는 점, 과거 음주운전 이력까지 거론되면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박 감독은 결국 지난 24일 자진 사퇴했고, SSG는 새 감독 선임에 나섰다. 그리고 ‘가을 정권’ 박정권 감독을 새 퓨처스 감독에 선임한 것.

박정권 감독은 SSG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2004년 1군에 데뷔했고, 2019년까지 뛰었다. 2020~2023년 코치도 지냈다. 2023시즌 후 팀을 떠났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일하다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SSG는 박 감독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퓨처스에서 선수와 타격 코치로 있으며 구단의 육성 환경 및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팀의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부분을 강점으로 꼽았다.

박 감독 역시 감회가 새롭다. 익숙하지만 긴장 반, 부담 반이다. 그는 “조금 긴장도 됐었고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오전 미팅과 선수단 훈련을 소화하고 나니 긴장과 부담감이 해소됐다”며 “부담감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고 선수들과 함께 캠프전까지 팀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퓨처스팀 육성방향은 명확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자신에게는 지지 말라’고 강조하며 경험 축적을 위해 훈련량 증대와 동기부여를 중요시했다.

박 감독은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 퓨처스 선수들은 경험을 계속해서 쌓을 수 없으니 훈련량을 대신할 수 밖에 없다. 훈련량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방향이 맞을 것 같다”며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선수들과 일종의 ‘밀당’을 하면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끔 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처음 감독 제안은

김재현 단장님이 연락을 주셨는데 일상적인 안부전화로 알았다. 따로 단장님과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퓨처스 감독직을 제안했다. 감사했고 놀라움 반, 부담 반이었다. 짧게 고민하고 다음날 바로 ‘잘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부담감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고 선수들과 함께 캠프전까지 팀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취임 소감은

집에서 강화로 출발할 때 1년 만에 오는 길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조금 긴장도 됐었고 부담감도 있지만, 오전 미팅과 선수단 훈련을 소화하고 나니 긴장과 부담감이 해소됐다.

모두 아는 코치님이고, 선배님도 계셔서 직접 찾아 다녔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낯설거나 어색한 건 없고 나만 빨리 적응하고 중심을 잘 잡으면 잘 될 것 같다. 이숭용 감독님께 전화 했는데 축하해 주셨다. 또 퓨처스에서 투수, 야수 가릴 것 없이 준비 잘해달라고 당부하셨다. 캠프 끝날 때까지 직접 만나진 못하지만 수시로 연락하면서 캠프부터 전투태세로 시작할 예정이다.

-코치 때와 감독 마음가짐 다를텐데

1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야구해설을 통해 야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해설을 준비하면서 감독과 코치 성향, 투수 분석과 교체 시점, 경기 운영 측면까지 보게 됐다. 타격 코치 때는 타자에게 밀착하는 직업이니 시야가 넓지 못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야구가 보이더라. 해설이라는 과정이 나에게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 투수, 타격, 트레이닝 파트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수비 파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 있는 선수는 결국 1군에 올라가야 한다. 1군에서 경험을 해야 하는 선수들인데 수비가 불안정하면 기회가 한정적이게 된다. 퓨처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1군에 오래 있으려면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수비는 본인이 많이 해보면서 느끼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이 부분을 잘 이끌 것이다.

-선수단과 첫 만남, 어떤 대화를 나눴나

선수들에게 ‘자신에게는 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나 경기에서 질 수 있지만, 본인을 포기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야구를 대하는 태도다. 첫인상은 10초 안에 결정되지만, 그 첫인상을 뒤집으려면 40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상황에 따라 야구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1년간 해설위원으로 본 SSG는

지난해 손시헌 감독님이 잘 지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추가할 부분은 추가하고, 유지할 부분은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무래도 1군 주전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해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퓨처스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고,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오는 데 퓨처스 선수들은 경험을 계속해서 쌓을 수 없으니 훈련량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다.

-이명기 코치와 오랜 만에 만났는데

이명기 코치와는 가끔씩 연락했었고, 이번에도 제일 먼저 반겨줬다. 워낙 열정적이고 타격 센스도 있는 코치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눠보니 여러가지 훈련 방법을 많이 준비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났다.

-육성 방향은

일단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선수들을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면서 윽박지르기보단, 선수들과 일종의 ‘밀당’을 하면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끔 할 계획이다. 퓨처스에는 극과극의 상황이 많다 보니 열심히 하다 가도 순간 자포자기할 수 있다. 퓨처스가 튼튼해야 1군도 받쳐 줄 수 있기에 선수들이 훈련량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팬들에게 한마디

1년 만에 복귀하게 돼 감사드리고, 또 이렇게 환영해 주신 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년에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1승 차이였다. 1승, 2승은 퓨처스에서 만들 수 있고 후반에 가면 그 1승, 2승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 초반부터 1군이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캠프부터 차질 없이 준비해 1군에 보탬이 되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