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제가 이 나이가 될 줄 몰랐어요.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미드필더 장윤호(29)는 어린 시절 전북 현대 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였다. 전북 산하 유스 영생고 출신으로 2015년 프로에 직행에 데뷔한 장윤호는 ‘유스가 약하다’라는 전북의 약점을 지울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그는 2018년까지 꾸준히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며 착실하게 성장했다. 그해에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탄탄대로를 걸을 것처럼 보였다.

변화는 2019년 찾아왔다. 전반기 주전에서 밀린 장윤호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로 떠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이랜드를 거쳐 2023년에는 김포FC로 이적했다. 그렇게 점점 잊혀가는 선수가 됐다.

11년 차 베테랑이 된 장윤호는 축구 인생 3부의 막을 열었다. 돌고 돌아 마침내 1부 리그로 복귀하면서 2025년에는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2019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27일 태국 방콕 훈련 캠프에서 본지와 만난 장윤호는 “감독님께서 체력 안배를 해주신다. 내가 그래야 하는 나이가 됐나 생각하면서 약간 웃기기도 하다. 세월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장윤호 마음속에는 전북이라는 팀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1부 리그로 복귀한 만큼 올해에는 전북을 적으로 상대하게 된다.

장윤호는 “전북 시절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던 것 같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팀에서 우승도 많이 했다. 어린 나이에 하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장윤호는 “사실 내가 잘했기 때문에 그 많은 일을 해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전북에서는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팀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었고, 나는 단순하게 주변 동료에게 연결만 해주면 되는 수준이었다. 전북을 나와 여러 팀을 겪어 보니 내가 전북에서 정말 편하게 축구를 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자기 객관화도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내릴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전북과 비교하면 이후에 거친 팀들은 시설이나 환경이 다르다. 장윤호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만한 변화였다. 장윤호는 “인생에 관해 많이 배운 것 같다. 전북 팬 분들은 여전히 나를 아픈 손가락으로 생각하시는 것을 안다. 물론 나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도 내려간 적이 있지만 지금은 발전의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제 전북 팬 분들도 나를 그렇게 짠하게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 지금의 모습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장윤호는 다시 전주성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한다. 장윤호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이상하다. 실제로 가도 묘할 것 같다”라면서 “전주성에 가면 내가 그동안 발전하고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전북을 상대로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나를 더 이상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실력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팬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다시 1부 무대에서 증명할 시간이 찾아온다. 간절하게 기다렸던 도전이다. 장윤호는 “2부 리그에서 뛰면서 1부 리그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부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같은 꿈을 꾼다”라면서 “다시 현실이 됐으니 내가 2부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감독님께서 나를 불러주셨으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강등을 절대 당하지 않게 힘을 보태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