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가 ‘유 퀴즈 온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 이후 본격적인 사내 따돌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요안나와 그의 동기 한 명을 제외한 기상캐스터 그룹채팅방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명일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튜브를 통해 28일 “오요안나와 그의 동기 1명을 제외한 기상캐스터 그룹채팅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금 사내 괴롭힘을 한 가해자 실명도 나오는 등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저희는 아직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대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고, MBC라는 공영방송사는 왜 쉬쉬했느냐는 것이다. 왜 부고가 MBC에 뜨지 않았고, 사안에 대한 문제점이 논의되지 않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강 위원장은 “MBC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직장내 알려진 직원이 변사로 발견됐다면 당사 1진 사회부 기자에게 통보가 간다. 기자를 통해 연락받은 보도국장은 임원들에게 보고하고 기상팀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9월15일 故 오요안나 사망날에 앞서 그 전주 금요일인 9월 6일 고인의 극단적 선택 시도가 있었다. 경찰차도 오고 소방서도 연락이 왔다. 이 부분도 경찰 출입 기자에게 연락이 갔을텐데. 안면에 부상을 당하고 치아 등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안이다. 이로인해 땜빵으로 다른 기상 캐스터가 방송에 나오고 고인은 일주일간 방송을 못하다가 스스로 생을 포기하며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면 정보보고 라인을 통해서 보도국 사회부 기자들이 알수밖에 없는데 메인 방송사가 이 일을 몰랐다?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후 12월에 늦은 사망 보도가 나왔는데 직장내 갈등 내용은 일체 없었다.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사안을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의 기상캐스터에 대해서도 “모두 피해자일수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급인력을 박봉에 이용한 MBC의 문제가 크다. 오요안나의 1년 연봉은 1600만원이다. 월에 130만원 정도. 최저임금도 안되는 수준인데 매일 새벽 4시에 나와서 원고작성해야하는 일이다. 생체 리듬이 바뀌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업이다. 오요안나 전임자도 지각을 했던 것이고 오요안나 씨로 변경됐다. MBC는 기상캐스터 출신이 기자가 되고 현재 기상팀 팀장이 되다보니까 무한경쟁 하는 시스템이 생겼다. 이것 자체가 문제다. 고인은 우울증으로 계속 치료를 받았다. 지인과의 문자 대화를 보면 신체적인 고통이 왔다. 심장 쪽이 아파서 죽을것 같다는 SOS를 쳤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유서도 공개했다. 유서에는 직장생활 때문에 지친 고인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故오요안나는 유서에 “사는게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등 벌어질듯 아프고 명치 찢어질것 같은것도 지긋지긋하다”며 가해자의 이름을 거론했다.
강 위원장은 “일종의 노동착취가 MBC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현재 부도덕한 사람들이 MBC 기자하고 사장하고 있나. 가해자로 지목된 분도 사과하시고 자기도 힘들었다고 이야기해라.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상캐스터가 6명인데 오요안나가 ‘유퀴즈’ 출연 후에 고인과 고인의 동기를 제외한 단톡방이 따로 만들어졌다. 왕따 방이 만들얼졌다. 그러면 안되지 않나”라며 “현재 5명이 무한경쟁 하지 않나. 일과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제대로 월급을 줬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적당한 보수는 당연히 줘야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꿈 공장인 MBC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 매체는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특히,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유족의 말을 빌리면, 오요안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오보를 낸 후 고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일이 있었고, 또 다른 기상캐스터는 고인과 같은 프리랜서임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가르쳐야한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부르거나 1시간~1시간 30분 이상 퇴근을 막기도 했다.
한편 오요안나는 1996년 생으로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 합격했으며 2022년 ‘유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향년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12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