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아우, 눈물 날 거 같아. 정말.”
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원경’을 놓아야 하는 마지막 인터뷰 자리였다. 고려의 여인에서 조선 세종의 어머니이자 태종 이방원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원경왕후로 분한 배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삼켰다.
차주영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tvN·티빙 드라마 ‘원경’ 종영인터뷰에서 “각오했던 것보다 더 큰 각오 필요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제가 감당하고 담아보고 싶었다”며 “원경은 핑계를 대지 않고 줏대 있고 솔직한 여성이다. 제 성향도 많이 묻어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경의 삶은 모순 그 자체였다. 이방원을 사랑했지만, 멀어져야 했다. 그의 성공을 도왔지만, ‘왕자의 난’ 이후 태종이 왕위에 오른 뒤에는 한없이 걸음을 물려야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고려의 여인이었지만, 조선의 왕후가 된 뒤 잠자리조차 편히 가질 수 없는 굴레에 갇혀야만 했다.
“꼭 저를 보는 거 같았어요. 제가 고려말 조선초 여자 같거든요. 솔직하기도 한데 어떤 때는 엄청 보수적이기도 해요. 연애할 때도 비슷해요. 잘 이끌기도 하고 기다려주기하고요. 사람을 좀 타요(웃음).”
‘원경’은 역사 너머 두 사람의 사랑을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주영은 “역사라는 큰 줄기는 건드릴 수 없지만, ‘원경’은 기존 작품과 달라야 했다. 많은 시도가 들어갔다”며 “저뿐만이 아니라 스태프 모두 조심하면서 만들었다. ‘조금 더 가면 불편할 수도 있는데’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잠식되면 모험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역사와 허구 사이 줄타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원경’(12부작)과 함께 OTT 티빙에만 공개된 ‘단오의 연인’(2부작)은 상상력을 극대화한 프리퀄 작품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부터 왕위에 오르기 전 사랑을 짧게 다뤘다.
차주영은 “아무도 모르는 그 시절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녹여냈다. 원경은 모든 걸 해결하는 원더우먼”이라며 “어린 시절을 다루는데, 어린 배우를 써야 한다고 할 때도 메이크업 좀 덜어내고 내가 하면 된다고 우겨서 했다”고 웃어 보였다.
하늘은 원경에게 성공과 사랑 둘 다를 내리지 않았다. 태종은 후궁을 들였고, 처남 4형제를 숙청하며 전제왕권의 기틀을 다졌다. 새까맣게 타들어 간 속은 화병과 학질, 그리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
“알아채고 있었다고 생각했죠.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에 모두에게 드러난 거죠.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힘이 달리게 했어요. 눈을 떴다 감는 것마저도 느리게, 자연스럽게 했어요.”

‘원경’의 삶을 자신의 할머니 삶에 빗대 말하기도 했다. 두 여인을 두고 살았던 그 시절, 할머니의 성마저 원경왕후와 같은 여흥 민씨였다. 조선 왕실에서 유일하게 왕과비가 나란히 능을 쓰는 헌릉을 찾아가 인사하기도 했다.
차주영은 “할머니 산소에도 두 번이나 갔다.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기도했다. ‘잘 지켜봐 주세요. 누가 되지 않게 진심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하는 마음으로 했다. 지켜주셔서 다행스럽게 마쳤다”고 눈물로 작품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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