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왜 미국에 데려오고 싶지 않았겠나.”

SSG 2025 스프링캠프에는 특이점이 있다. 미국 캠프에 주요 선수들이 빠진 것. 최정(38), 한유섬(36), 이지영(39), 김성현(38), 김민식(36), 오태곤(34)까지 6명이 ‘따로’ 움직였다. 이숭용 감독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선수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SSG는 20일 1차 캠프를 마무리했다. 이숭용 감독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제 오키나와로 이동해 실전에 돌입한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 리는 시간이다. ‘옥석 가리기’도 여기서 이뤄진다.

오키나와에는 베테랑 선수들도 합류한다. 이들은 1차 캠프를 일본 가고시마에서 치렀다.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퓨처스 선수단이 오면서 단체 훈련에 나섰다.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는 시선 또한 있었다.

사령탑은 당연히 눈앞에서 보고 싶었다. 이숭용 감독은 “당연히 데려오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약속한 게 있다. 선수 의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대신 책임은 선수 본인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음을 보냈고, 경고도 동시에 보냈다. 선수들에게 공이 넘어갔다. 그리고 이들 6명은 충실하게 몸을 만들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SSG는 “선수 맞춤 훈련 및 관리로 6명 전원 차질 없이 몸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오키나와 캠프 차질 없이 합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정은 체력 및 기술 훈련을 병행하며 순발력을 키웠다. 현재 100%로 스윙한다. 타격 컨디션 또한 준수한 상태다. 연습경기에 바로 나설 수 있다.

이지영도 마찬가지다. 스로잉 100% 컨디션이다. 타격 밸런스도 좋고, 히팅 포인트도 일정하다. 양질의 타구를 생산하고 있다. 방향성도 좋다.

한유섬은 특유의 스윙이 살아났다. 타격 훈련에서 타구 속도가 평균 시속 150㎞대다. 6명 가운데 가장 좋은 숫자가 찍힌다. 이외에 김성현과 오태곤, 김민식도 100% 몸 상태로 연습경기에 바로 나설 수 있다.

끝이 아니다. 가고시마에서 진행 중인 퓨처스 캠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온다. 코치의 지도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선배의 ‘원포인트 레슨’이 쏙쏙 박힐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 형이 6명이나 있다.

SSG는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루틴, 기술, 노하우 등을 습득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도 과거 본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초심의 입장으로 훈련에 매진 중이다”고 짚었다.

퓨처스팀 관계자는 “그동안 퓨처스 선수들은 최정, 한유섬 등 베테랑들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없었다. 이렇게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하루 종일 훈련하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베테랑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보고 있다. 베테랑들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해주고 있다. 예년보다 훈련 분위기가 활기를 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정은 “2군 선수들과 함께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나도 어렸을 때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선수들이 정말 열정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가 너무 좋다. 기특하다. 눈빛도 확실히 살아있더라. 마치 하이에나를 보는 듯하다고 할까.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의 그런 태도가 너무 좋았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퓨처스팀 주장 현원회는 “1군에서 활약하는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물어볼 수 있다. 노하우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힘줘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옆에서 보니 확실히 다르다. 훈련 분위기도 더 좋다. 조처음 듣는 조언도 있었는데, 훨씬 좋아졌다. 밥 빨리 먹고 선배들 타격훈련 하는 것을 가까이 지켜보려 한다”고 했다.

SSG가 노린 부분이기도 하다. 1군에서 같이 훈련하면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플러스 알파’를 찾아야 한다. 퓨처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실전에 바로 합류하면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