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절망속 희망을 찾은 세종시 미화원들의 ‘24톤 기적’ 이야기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아들의 병원비입니다.”
울먹이던 60대 여성의 말에 세종시 환경미화원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난달 24일, 세종시 어진동 폐기물 집하장에서 시작된 기적 같은 이야기는 24톤의 쓰레기 속에서 잃어버린 2600만 원 중 1828만 원을 되찾으며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쓰레기 24톤 속 2600만 원을 찾아라!
이번 일은 세종시청 자원순환과 강현규 주무관이 받은 한 통의 다급한 전화에서 시작됐다. 아들의 수술비로 모아둔 2600만 원을 실수로 버렸다는 60대 여성 권모 씨의 이야기였다. 강 주무관은 즉시 쓰레기 반출을 중단시키고, 폐기물 처리시설에 연락해 수색을 요청했다.
문제는 크린넷을 통해 압축된 쓰레기가 이미 집하장에 도착해 있었다는 것. 전날 버렸기 때문에 집하장에 있을지조차 불분명했다.
세종시의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크린넷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강한 압력으로 봉지를 찢고 쓰레기를 압축해 동네별 거점 집하장에 모으는 방식이다. 모인 쓰레기는 컨테이너(24톤)로 실어 인근 소각장에서 태우게 된다.
압축된 상태로 쌓여 있는 엄청난 쓰레기 더미에서 돈을 찾기란 난망했다. 그러나 ‘수술비’라는 말을 들은 환경미화원과 직원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찾아봅시다. 어떻게든 찾아드릴게요.”
수술비를 잃고 절망에 빠진 권 씨의 사연을 들은 미화원들과 직원들은 손에 장갑을 끼고 24톤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 속으로 뛰어들었다. 포클레인으로 압축된 쓰레기를 펼치고,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뒤져가며 8시간 동안 이어진 수색 작업.
쓰레기와 뒤섞인 지폐들은 찢어지고 젖어 있었지만, 누군가의 간절함을 알기에 멈출 수 없었다. 미화원들은 지폐 한 장 한 장을 놓치지 않고 손으로 펼쳐가며 찾았다.
작업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났을 때, “찾았다!”는 외침과 함께 5만 원권 지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하나씩 발견되는 지폐들.
8시간 동안 이어진 사투 끝에 되찾은 금액은 1828만 원. 비록 전부를 찾지는 못했지만, 돈을 잃어버렸던 권 씨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보고 돈을 찾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는데 직원분들이 찾아보자고 하셔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성의 표시를 하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절했고 되려 다 못 찾아 준 것을 미안해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권 씨는 지난달 26일 세종시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리며 이번 미담이 알려지게 됐다. 권 씨의 감사 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폐 한 장을 찾을 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손을 맞잡고 도와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곽영신 세종시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 운영팀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수술비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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