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장혜리의 폭로로 연예계 스폰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걸스데이 원년 멤버인 장혜리는 최근 유튜브 채널 ‘채널고정해’에 출연해 한 기획사 대표로부터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신인 시절 한 술자리에서 겪은 일이라며 “유명한 대표님이다. 남자 신인도 불러서 노래를 시키더라”며 “저한테 ‘내가 너를 키워줄 테니 너는 내 여자친구를 해라’ 하더라”고 주장했다.

당시 장혜리가 당황해하며 거절하자 해당 대표는 자신이 부적절한 만남을 통해 키워낸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을 나열하더니 “너도 그렇게 만들어줄게”라고 은밀하게 제안했다고 떠올렸다.

제안을 거절한 장혜리는 “어린 나이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면서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분은 ‘너는 그렇게 하면 절대 못 커. 이쪽 바닥이 다 그래’라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해당 대표는 이후에도 장혜리와 우연히 마주치자 “너 그때 내 제안 거절해서 지금 유명해지지 않은 거야”라고 악담했다고 한다

장혜리는 최근에도 불편한 술자리 제안이 많다면서 “‘술 한잔 하면서 일 얘기하자. 이렇게 인맥을 키워야 네가 클 수 있어’ 이런 제안이 너무 많다”고 토로하며 “요즘에는 골프와 술로 제안한다. ‘혜리야, 너 골프 치니? 골프 한번 칠까?’ 이렇게 연락이 온다”고 털어놨다.

스폰서 문제는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한국 연예계 병폐로 지목돼 왔으나 공론화 된 사례는 드물었다. 장혜리에 앞서 과거 걸그룹 타히티 출신 지수가 스폰서 제의를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자신을 멤버십 스폰서 브로커라고 소개한 정체불명 인물은 지수에게 SNS를 통해 “한 타임당 200~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접근해 충격을 안겼다.

연예계 스폰서 문제는 신인 연예인의 경제적 불안정과 불공적 계약을 악용한 권력형 착취 구조에서 비롯된다. 특히 업계 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침묵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일본에서도 한 유명 연예인이 지속적인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열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사건 여파로 해당 연예인이 은퇴하고, 사건에 연루된 대형 방송사 경영진은 사임했다. 일본 연예계의 권력 구조와 성범죄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기획사나 방송사의 권력이 절대적인 일본 연예계에서는 성추문이 은폐되거나 묵인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연예계 스폰서 문제를 근절하려면 법적 대응과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예계 성착취와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연예 기획사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부적절한 스폰서 제의를 받은 연예인들이 침묵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내부 고발 시스템의 구축과 업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보호 조치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스폰서 제의가 주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금전 보상뿐 아니라 캐스팅, 광고 출연을 미끼로 삼는다”며 “‘을’의 입장인 신인 연예인으로서는 ‘갑’의 스폰서 제의를 거절하기도, 폭로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꼬집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