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연 KBO리그. 꿈의 숫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2025년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초전’이 열린다. 시범경기다. 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신인 수혈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포지션 및 보직 변경을 통해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선수들로 기대감이 커진다. 이번 시범경기 구단별 주목해야 할 선수가 누구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KIA, 위즈덤 터지면 2연패 길 넓어져

위즈덤을 본 KIA 선수들은 “미쳤다”고 한다. 친화력까지 좋다. 조건은 다 갖췄다.

3년간 함께한 소크라테스를 보냈다. 강타자가 차고 넘치는 KIA지만, 외국인 타자 쪽은 변화가 필요했다. 메이저리그(ML)에서 88홈런을 때린 거포 위즈덤을 데려왔다.

방점은 역시나 공격력에 찍힌다. 최형우는 “파워는 내가 본 선수 중 1등이다. 진짜 좋게 봤다. 스윙이 미쳤다. 타구 속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극찬이다.

‘슈퍼스타’ 김도영을 비롯해 최형우 나성범이 있다. 막강 중심타선이다. 위즈덤이 추가됐다. 누구를 4번에 놓을지 고민할 정도. 위즈덤이 터지면, 상대 팀에게는 ‘공포’다.

수비도 쓰임새가 많다. 1루수 자리가 꽤 고민이었는데 단숨에 해결했다. 여차하면 3루도 볼 수 있다. 김도영이 쉴 때 3루로 나가면 된다. 밝은 성격으로 적응도 마쳤다. KIA ‘2연패 가는 길’을 넓힐 선수다.

◇삼성, 배찬승 터지면 불펜 고민 해결

스프링캠프에서 ‘루키’ 배찬승이 눈도장 제대로 찍었다. 시속 152㎞ 강속구가 일품. 삼진이 필요할 때 하이패스트볼을 뿌려 헛스윙을 유도하는 배짱도 있다. 1군 개막 엔트리까지 보인다.

불펜에 왼손투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파이어볼러’가 없다. 그래서 배찬승이 주목받는다. 박진만 감독도 “팀에 구위로 누를 수 있는 왼손 불펜이 부족하다. 지금 구위면 배찬승은 무조건 필승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불펜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으나 조금 미치지 못했다. 강화는 필수. 비시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배찬승이 등장했다. 구속·구위·멘탈을 다 갖췄다. 심지어 ‘로컬 보이’다. 삼성은 “20년 활약할 선수”라 했다.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이 부상으로 빠졌으나 이재희 황동재 육선엽 등이 있다. 양창섭 최충연도 돌아온다. 배찬승까지 해주면 불펜 불안은 지우고도 남는다.

◇LG, 김영우 ‘루키 마무리’ 최종 시험대

2024년 최고 루키는 김택연(두산)이다. 단숨에 마무리로 올라섰다. 2025년은 LG에서 나올 수 있다. 신인 김영우가 강렬하다. 염경엽 감독이 “개막전 1군은 무조건 등록한다. 내가 보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키나와 평가전에서 시속 154㎞까지 뿌렸다. 세이브도 하나 따냈다. “목표가 마무리 투수”라고 할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LG 불펜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전원 필승조’를 말했던 2023년 통합우승 당시와 비교하면 손색은 있다. 장현식이 부상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개막전 등판이 가능하다는 전망이지만, 또 모를 일이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수도 있다. 대체자가 김영우다.

시범경기 마지막 과제는 ‘포크볼’이다.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사령탑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게 된다면 ‘김택연 시즌2’가 LG에서 나온다.

◇KT, ‘리드오프 포수’ 강백호 어떨까

KT가 선보이는 ‘혁신’이다. 무려 포수가 1번 타자로 나선다. 심지어 주인공이 강백호다. 뭔가 어색한데 또 말이 된다. 터지면 초대박이다. 강백호 개인에게도 그렇다.

이강철 감독은 “우린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1번 로하스-2번 강백호 카드를 썼다. ‘최강 테이블 세터’라 했다. 올해는 순서를 바꿨다.

1번 타순이지만, 경기가 진행되면 크게 상관은 없다. 이 감독은 “6~7번이 새로운 1번이 된다”고 했다. 하위 테이블세터가 출루하면, 1번 강백호가 중심타선처럼 걸린다. 여러 가지를 노린 구상이다.

포수 수비도 좋아졌다. 보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낀다. 강백호도 “처음부터 포수 훈련을 받으니 확실히 다르다”며 웃었다. 게다가 강백호는 시즌 후 FA다. 포수가 된다면 가치는 천정부지다.

◇두산, 강승호에게 달린 내야 재편

두산은 내야진 재편이 시즌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주전 3루수 허경민이 KT로 이적했고 ‘국대 유격수’ 김재호는 유니폼을 벗었다. 사실상 내야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상황. 야전사령관 역할을 할 베테랑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이 역할을 강승호에게 맡겼다. 공격력까지 고려해 3루수로 낙점했고 ‘젊은 키스톤 콤비’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박준순 등 젊은 선수들로 키스톤을 채우려면 코너 내야진이 공수에서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내야진 안정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스위퍼 시대’에는 코너 내야진이 매우 중요하다. 기동력 야구를 추구하는 팀이 많으므로, 돌발변수에 기민하게 대처할 ‘경험’도 필요하다.

시범경기를 통해 강승호의 3루 연착륙 가능성을 확인해야 두산의 수많은 변수 중 하나를 지울 수 있다. 강승호 자신도 낯선 포지션에 적응해야 공격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SSG, ‘넘버2’ 조형우가 좌우할 안방

어느 팀이나 주전포수는 있다. ‘제2포수’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안방 뎁스 최대 핵심이다. 그래서 SSG는 조형우가 중요하다.

지난해 쓴맛을 봤다. 큰 기대를 모았으나 미치지 못했다. 덩달아 이지영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2025년은 달라야 한다. 이지영이 ‘마르고 닳도록’ 뛸 수 없다. 조력자는 필수다. SSG는 그게 조형우가 되기를 바란다.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율예라는 특급 루키 포수가 들어왔다. 조형우는 “당연히 신경 쓰인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숭용 감독은 “조형우가 확실히 좋아졌다. 이율예가 자극제가 되기는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팀 내 최고 포수 유망주다. 그러나 지난해 같다면 1군은 없다. 조형우가 SSG 안방 구도를 좌우할 수 있다.

◇롯데, 절실한 유강남의 재기

젊은 투수가 많은 롯데 특성을 고려하면 단순한 포구 그 이상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안방마님’의 역할은 ABS시대에도 작지 않다. 더구나 올해는 피치클락 도입으로 투수들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밸러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한두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야수진 집중력도 동시에 무너진다.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데, 시범경기를 통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경험많은 포수의 ‘안정감’이 중요하다.

지난해 여러이유로 부진한데다 무릎을 다치기까지 한 유강남의 재기가 절실한 이유다. 체중도 감량하고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마음도 다잡았다.

흔들릴 수 있는 투수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면,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안정되면 공격력이 폭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사직발 태풍’을 시즌 내 지속하려면 유강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스스로도 시범경기를 통해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한화, 심우준 4년 만에 ‘1번 타순’ 어떨까

김경문 감독 눈에 뭔가 보인 듯하다. ‘50억 FA’ 심우준을 1번 타자로 정했다. 커리어 통산 9번 타순을 가장 많이 소화했다. 한 타순 차이지만, 느낌이 ‘확’ 다르다.

통산 3172타석 섰는데, 1번은 305타석이 전부. 채 10%가 안 된다. 마지막 1번 타자 출전은 2021년이다. 올시즌은 4년 만에 다시 타순 가장 위에 자리한다. 사령탑은 “믿고 맡겨보겠다”고 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 수비력을 자랑한다. 한화가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달려든 이유다. 거액도 썼다. 공격력은 살짝 물음표가 붙기는 한다.

2024시즌 타율 0.266-출루율 0.337을 기록했다. 빼어난 수치는 아니다. 삼진 대비 볼넷이 꽤 많은 선수다. 도루도 20~30개 깔고 간다. 더 많이 나가면, 더 많이 뛸 수 있다.

플로리얼 채은성 노시환 안치홍 등 좋은 타자가 뒤에 대기한다. 심우준이 나가면 상대에게는 ‘악몽’이 된다.

◇NC, 김주원 타선 ‘밸런스’ 핵심

2023시즌 반짝반짝 빛났다. 2024년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 올시즌 가장 큰 변화는 ‘타순’이다. 2번으로 나간다. 테이블 세터다.

2024시즌 리그 최고를 다투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로 보면 유격수 부문 1위(3.75)다.

공격력은 아쉽다. 지난해 타율 0.252, 9홈런이다. 그런데 이호준 감독은 김휘집을 2번 타자로 쓰기로 했다. 출루율이 0.379로 타율 대비 1할 이상 높다. 이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치 히터라는 점도 매력이다.

1번은 박민우가 맡는다. 중심타선에는 손아섭 박건우 권희동이 있다. 김주원이 2번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면, 타선 밸런스는 최상급이다. NC 라인업 최고 핵심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움, 2루수 송성문이 이끌 내야

2024시즌 ‘넘버2’ 3루수 송성문이 2루로 간다. 김혜성(LA 다저스)이 떠난 여파다. 방망이는 완전히 눈을 떴다. 수비 포지션 변경은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타율 0.340, 19홈런 104타점을 쐈다. 김도영(KIA)만 없었다면 3루수 골든글러브를 탔을지도 모른다. 2025년은 2루수다.

3루수와 2루수는 거리감이 완전히 다르다. 애를 먹은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경기 중 움직이는 양도 다르다. 한편으로 보면 못할 것도 없다. 가능하니까 맡겼다고 봐야 한다.

관건은 다른 쪽이다. 유격수와 3루수는 아직도 경쟁 중이다. 시범경기까지 이어진다. 송성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송성문이 흔들리면 키움 내야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심지어 송성문은 ‘캡틴’이다. 정리 | 스포테인먼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