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본은 여주인공 아닌 남배우들 출연
직접 설명 불가 ‘비밀’에 숨겨진 의미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연극 ‘꽃의 비밀’ 연출 장진 감독이 폭탄 발언을 해 관객석이 술렁였다. 그가 “다음 달쯤에 (작품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
장진 연출은 12일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열린 ‘꽃의 비밀: 관객과의 대화-수다데이’를 통해 작품명을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꽃의 비밀’은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극이다. 박선옥·정영주·장영남·이엘·이연희·김슬기 등 국보급 배우들이 16인 16색의 매력을 발산해 120분 동안 폭소의 현장을 만든다.
무대에는 4명의 여배우가 오른다. 여자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지기 때문에 ‘꽃’을 연상케 하고, 기상천외한 작전을 벌여 ‘비밀’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제목 속에는 심오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장진 연출은 “작품의 제목은 스토리를 함축시킨 내용을 통해 직접적으로 나올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감히 비교할 작품은 아닌데, 영화 ‘살인의 추억’과 같다고 보면 된다. ‘살인’과 ‘추억’은 안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제목에서 풍기는 무형의 분위기가 제목으로 쓰일 때가 있다”며 “‘꽃의 비밀도 단어들의 향기가 섞여있다”고 전했다.
작품의 초고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장진 연출은 “남자 배우들이 여장하고 시작한다. 관객들은 5분도 안 돼 남배우들을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야기에 쫓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들이 또 남장한다. 배우들이 남장 여자 역할까지 하는데, 관객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마지막장면에서 완벽하게 남자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대본의 마지막 대사는 “그런데 우리 아직 남자처럼 이야기하지?”였다고 한다. 장진 연출은 “무대가 주는 환영이 관객들을 다른 곳으로 끌어가길 원한다. 이 이야기가 향을 피우고 향기를 내고 무엇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비밀’은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품에 가졌을 수도 있고 생각을 움직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다음 달쯤에 제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꽃의 비밀’은 오는 5월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