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김원훈, 물올랐다.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에서 김원훈이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직장인들’은 신동엽이 대표로 등장하는 마케팅 회사 ‘DY기획’을 배경으로, 각 세대 직장인의 군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오피스 예능이다.

김원훈은 ‘직장인들’에서 주임 역할로 등장한다. 오피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리듬감 있는 애드리브로 코믹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최지우에게 느닷없이 “남편 휴대폰에 본명 ‘최미향’으로 저장돼 있을 수도 있다”고 던진 장면은 현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낸 순발력의 결과였다. 최지우의 당황과 웃음을 유도한 이 장면은 김원훈 특유의 애드리브 감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애드리브는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반복된다. 회식 후 사라진 이수지와 현봉식을 집요하게 의심하며 추궁하는 장면은 결국 내성적인 현봉식 캐릭터의 분노를 유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고수와 함께한 회차에서는 SNS 활용 방식이 작위적이라는 지적을 눈치 없이 이어가다, 결국 고수가 “원훈 씨는 되게 부정적인 편이네요”라고 발끈하게 만들었다.

최근 회차에서도 김원훈의 생활형 센스는 빛을 발했다. 라미네이트를 윗니에만 받았다며 “윗니만 보이게 웃는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거나, 배우 강하늘의 문구점 도둑질 고백에 “어릴 적 엄마가 문구점을 하셨는데 펜이 자꾸 없어져서 속상해하셨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이라고 받아친 장면은 캐릭터와 실제의 경계를 허무는 김원훈 특유의 끼를 보여준다.

KBS 30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원훈은 ‘개그콘서트’ 시절에는 지금처럼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유튜브 채널 ‘숏박스’를 통해 생활 밀착형 콩트로 인기를 얻었고, 특유의 ‘억울해 보이는 얼굴’과 ‘현실형 감정 표현’의 강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원훈의 연기는 ‘생활 연기’에서 비롯된 진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원훈은 과거 EBS 다큐 ‘가족이 맞습니다’에 부모와 함께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는데,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이거 콩트 아니냐”고 착각했을 정도다.

특히 ‘직장인들’ 속 김원훈의 진가는 신동엽과의 호흡에서 더 부각된다. 예능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신동엽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여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원훈이 단순히 웃기는 캐릭터를 넘어 프로그램을 조율할 줄 아는 재능까지 지녔음을 입증한다.

이는 데뷔 초 신동엽이 보여준 센스와 유연한 호흡과도 닮아 있다. 신동엽이 과거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애드리브의 진수를 보여준 것처럼, 김원훈 역시 신동엽 앞에서 그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수행해낸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원훈의 애드리브는 아슬아슬하게 웃기면서도, 상대방이 받아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김원훈이 ‘직장인들’을 발판 삼아 ‘제2의 신동엽’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