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가을이 지나 겨울을 우려했건만, 끝내 새봄을 맞았다.
1950년대부터 2025년까지 관통했다. 노란 유채꽃이 하늘거리는 제주의 소시민을 통해 인간의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를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성장도 빼곡히 담았다.
제주가 싫다며 엉엉 울었던 문학소녀였던 애순(아이유/문소리 분)은 70세 제주의 시 선생님이 됐고, 가족의 기둥이자 늘 똘똘했던 금명(아이유 분)은 가난의 문턱을 넘어 자수성가에 성공했다. 금명도 부모가 되면서 엄마 아빠의 우주를 알게 됐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던 은명(강유석 분)은 어리석음과 연을 끊었다. 도동리의 작은 빌런 부성길(최대훈 분)조차도 주위 사람들의 넓은 마음을 알았다. 다만 무쇠였던 관식(박보검/박해준 분)은 암 투병 끝에 곁을 떠났다.

또 울렸다. 워낙 똑 부러진 금명만 챙기다 은명에게 소홀했던 옛 시절에 대한 미안함을 해소하는 과정, 무쇠였던 관식이 겨우 취미도 갖고 살만해지자 암이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진 순간, 흩날리는 꽃잎은 보지도 못하고 관식을 챙기는 애순, 끝내 오열하는 얼굴을 보며 숨을 거둔 관식의 마지막까지. 꼭 우리 아버지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관식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숨이 꺽꺽 막히며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기 힘들다.
그래도 봄이 왔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났다. 배추밭을 팔아 산 점포가 사기를 당해 큰 위기에 빠졌지만, 오징어 전문가들의 솜씨로 이겨냈다. 제주의 면세가 풀렸고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붐업이 되더니 2002 월드컵으로 대호황을 맞았다. 죽으려 했던 연예인을 살려준 관식 덕분에 제주의 명소도 됐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해도 돈통에 쌓이는 돈 덕분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은명과 현숙(이수경 분)도 부모와 함께 성실히 일했다. 가족의 행복이 커졌다.

금명은 금명대로 커나갔다. IMF로 모두가 몽땅 망한 시절, 어떻게 하면 시대에 부응할까를 고민하다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내세워 치고 나갔다. 문학을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떠올리다 구상한 사업이다. 배움의 욕심이 큰 대한민국에선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이다. 이제 부모에게 집도 사주고 차도 사줄 수 있는 큰 손이 됐다.
그렇게 행복하게 맞이했다. 애순과 관식은 누구로 특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어른들이다. 작가도 그들의 헌신에 깊은 존경을 전하며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잊고 있었던 부모 세대의 헌신을, 처절한 열정과 강도 높은 감동, 허를 찌르는 유머, 아름다운 자연과 빈틈 없는 서사로 그려낸 모든 참여자에게도 ‘폭싹 속았수다’란 말을 드리고 싶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