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홀로 코첼라를 찢었다.
블랙핑크 리사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솔로 아티스트’의 진가를 증명해냈다.
블랙핑크 시절 두 차례 코첼라를 경험했던 리사는 이번에는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 50여분간 10곡 넘는 무대를 쏟아냈다. 포문은 강렬한 ‘썬더’로 열었다. 이어 ‘퍽 업 더 월드’, ‘엘라스티걸’, ‘록스타’ 등 격렬한 힙합 곡과 ‘웬 아임 위드 유’, ‘드림’ 같은 감성적인 노래를 교차 구성하며 강도와 여백을 자유롭게 오갔다.

첫 정규 앨범 ‘얼터 에고(Alter Ego)’ 주제와도 부합했다. 공연 중 리사는 “‘화이트 로투스’ 팬 여러분, 무크가 무대에 있는 걸 보고 놀라셨을지도 몰라요. 이게 일할 때가 아닌 리사의 모습이에요”라고 외쳤다. HBO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에서 자신이 연기한 호텔 직원 무크와 무대 위 리사 사이의 간극을 유쾌하게 드러낸 발언이다. 동시에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하는 앨범명 ‘얼터 에고’를 연상시키는 선언이었다.

리사는 이날 무려 네 벌의 의상을 갈아입으며 코첼라에 색채를 더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흡사 SF 영화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은빛 전신 슈트였다. 금속 비늘처럼 빛나는 텍스처, 뿔처럼 솟은 장식은 괴수적이며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대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리사의 실루엣은 마치 인간과 생물체의 경계를 무너뜨린 듯한 강렬함을 전했다.

시스루 슈트도 빛났다. 얇은 원단 위에 형광 빛줄기처럼 보이는 장식들이 유기적으로 얽히며 시각적인 환상을 유발했다. 이 밖에도 ‘헬로키티’ 캐릭터가 그려진 유쾌한 핑크룩, 파격적인 노출의 레드 가죽 의상 등을 착장해, 귀엽고 발랄한 비주얼부터 대담하고 성숙한 팝 디바의 이미지를 횡단했다. 각 의상은 곡의 분위기와 정확히 맞물리며 하나의 캐릭터 전환 장치로 기능했다. 리사의 코첼라 의상은 레이디 가가, 도자 캣 등과 협업해온 디자이너 애셔 레빈의 참여로 특별 제작됐다.
현장에는 리사와 ‘화이트 로투스’에서 함께한 배우 패트릭 슈워제네거가 직접 응원을 왔다. 슈워제네거는 SNS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며 “리사가 무대를 찢었다”고 극찬했다.

해외 매체도 일제히 리사의 무대를 호평했다. 빌보드는 “공연은 타이트하고 창의적이며 쿨했고, 전율을 일으켰다”며 “거대한 무대와 관객을 완전히 장악했다. 댄서들과 완벽하게 호흡하며 무대를 진심으로 즐겼다”고 평했다. LA타임즈는 블랙핑크로 올랐던 코첼라와 비교하며 “새롭게 자신감을 얻은 리사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리사는 코첼라 2주차인 18일에 한번 더 무대에 오른다. 블랙핑크 동료 제니도 13일, 20일 코첼라에 출연해 솔로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