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궂은 날씨 때문일까. 지난 등판과 비교해 크게 흔들렸다. 좋을 때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손주영이 잊은 것이 하나 있다. ‘평정심’이다. 표정과 행동에서 이미 지고 들어간 모양새다.

손주영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6안타 3볼넷 2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날 전까지 세 경기 등판했다. 7이닝 무실점-6이닝 4실점-7이닝 1실점이다.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3승, 평균자책점 2.25다. LG 초반 질주를 이끈다.

이날은 크게 삐끗했다. 일단 날씨부터 도와주지 않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비바람에 우박까지 쏟아지며 중단됐다. 7분 만에 재개됐으나 날씨가 여전히 오락가락했다. 2회 다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리듬을 잃은 탓일까, 구위도 올라오지 않았고, 제구도 정상이 아니다.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세 경기에서 합계 볼넷이 3개인데, 이날만 3개 줬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이 흔들린 부분이다. 정확히는 흔들린 ‘티’가 너무 많이 났다는 점이다. 0-3으로 뒤진 4회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첫 타자 박준영을 맞이했다. 스트라이크와 파울로 카운트 0-2가 됐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3구째 커브를 던졌는데 가운데 몰렸다. 박준영이 그대로 때려 좌전 안타가 됐다.

이때 손주영이 크게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쉬울 수는 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럴 필요는 없다. ‘동요하고 있다’고 알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추가 실점을 막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음 조수행이 희생번트를 댔다. 손주영이 잡아 2루로 던졌다. 빗나갔다. 뒤로 빠졌다. ‘투수 희생번트 야수선택’으로 기록됐다. 실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투를 범하며 무사 2,3루까지 갔다.

위기를 자초했고, 극복하지도 못했다. 정수빈에게 중전 적시타를 줘 0-4가 됐다. 무사 1,3루 위기도 계속. 여기서 LG 벤치가 움직였다. 투수코치가 올라와 손주영을 내렸다. 다음 이지강이 제이크 케이브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아 손주영의 최종 실점이 6점이 됐다.

손주영은 2024시즌 LG 최고 히트상품이다. 28경기 144.2이닝,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올렸다. ‘토종 에이스’ 소리가 나왔다. 올시즌도 기대가 컸다. 초반 페이스가 워낙 좋았다.

크게 시련을 맞이한 모양새다. 프로 9년차 선수지만, 사실상 올해가 2년차라 봐도 무방하다. 늘 좋을 수는 없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텨야 에이스다. 교훈 확실히 얻은 하루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