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르세라핌은 지난 1년간의 어려움을 딛고, 더 성숙해진 K팝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이번 월드투어 대장정은 르세라핌이 ‘새 챕터’를 여는 분명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르세라핌(LE SSERAFIM)이 본격적으로 월드투어에 돌입한 가운데, 이들을 향한 기대 섞인 전망이 대중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6~7일 나고야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해외 공연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어 오사카, 기타큐슈, 사이타마를 순회한 뒤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방콕을 거쳐 싱가포르까지 일정을 이어간다. 오는 9월에는 팝의 본고장인 북미 공연도 나설 계획이다.
앞서 르세라핌은 지난달 19~20일 인천에서 데뷔 첫 월드투어의 출발을 알리는 공연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르세라핌의 새 챕터’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인천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가 완성도 면에서 크게 호평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관통하는 짜임새 있는 세트리스트와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가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실제 공연에서는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같은 대표곡부터 ‘애쉬(Ash)’, ‘핫(HOT)’, ‘컴 오버(Come Over)’ 같은 신곡까지 아우르며, 데뷔 때부터 이어져온 서사를 완결성 있는 연출로 한눈에 펼쳐냈다.
특히 각종 루머에 시달리며 ‘안티프래자일’ 가사처럼 ‘가시밭길’ 같았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성숙해진 태도와 성장한 실력을 보여준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티스트로서의 진정성과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지난 1년간 르세라핌을 둘러싼 억측과 루머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으나, 멤버들에게는 큰 타격이었다”며 “정량적인 지표보다 정성적인 부분에서 악영향이 매우 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첫 월드투어에서 르세라핌이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무대는 그간 온라인에서 떠돌던 말들을 불식시킬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인천 공연은 “더 단단해졌다”는 르세라핌의 발언을 스스로 입증한 무대였다. 150분 동안 20곡 이상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며 안정적인 라이브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미국 코첼라 무대 이후 일각에서 제기했던 가창력 논란을 잠재우는 계기였다.

멤버들의 진솔한 고백도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허윤진은 “어둠 속을 걷다 보니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고, 김채원은 “강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팬덤 ‘피어나(FEARNOT)’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연대와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했다.
인천 공연의 성공과 월드투어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축적해 온 르세라핌만의 아티스트 정체성을 꼽는 분석도 있다. K팝 걸그룹 중에서도 손꼽히는 완성도의 퍼포먼스와 비주얼 콘텐츠가 르세라핌만의 차별화된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장준환 대중음악 평론가는 최근 구글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Gemini) 기능을 활용한 ‘컴 오버’ 뮤직비디오와 비트펠라 하우스(BEATPELLA HOUSE)와 협업한 ‘이지, 크레이지, 핫 (비트박스 리믹스)(EASY, CRAZY, HOT (BEATBOX REMIX))’ 스페셜 영상도 주목했다. 그는 “르세라핌의 트렌디함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할 조합을 당당히 시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음악과 비주얼 콘텐츠에 잘 녹이는 것이 팀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르세라핌은 지난 1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4세대 걸그룹 중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영향력을 증명했다.
‘크레이지’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76위를 기록하며 팀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정규 1집 ‘언포기븐(UNFORGIVEN)’, 미니 3집 ‘이지’, 4집 ‘크레이지’, 최근 발표한 5집 ‘핫’은 각각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6위(8주 연속 차트인), 8위(5주), 7위(4주), 9위(1주)를 기록했다. 4개 앨범 연속 ‘빌보드 200’ 톱 10 진입은 4세대 K팝 걸그룹 중 최초 사례다.
르세라핌의 퍼포먼스 역량도 입증됐다. 지난해 9월 미국 MTV VMA ‘올해의 푸시 퍼포먼스’상, 같은 해 12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 ‘올해의 퍼포먼스 상’을 수상했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첫 다큐멘터리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The World Is My Oyster)’에서 잘 전달되듯, 르세라핌은 탄생 과정 자체부터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멤버들이 하나의 목표로 향하는 ‘외인부대’ 같은 서사가 있다”며 “멤버 개개인에 대한 관심도 갖게 할 좋은 조건을 만들었기에 빠르게 팬심을 끌기 적합했다. 시상식 무대는 물론 음악방송 무대에서도 단순히 개성이 있다는 것을 넘어 멤버 모두 능숙하게 완수하는 고난도 안무 퍼포먼스가 특히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투어는 K팝 신에서 독보적인 르세라핌만의 퍼포먼스를 훌륭한 연출과 함께 잘 살리고, 동시에 지난 2년을 아우르는 커리어적 성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공연”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적 저변까지 넓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