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6월 28일까지 나마갤러리에서 개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단색화(Dansaekhwa)는 단순한 회화 양식을 넘어, 물질·정신·시간과 존재를 탐구하는 치열한 여정”,
“3인 거장은 최소한의 색채와 형태 그리고 소재를 통해 깊은 명상적 공감각을 끌어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

[스포츠서울 | 글·사진 이상배 전문기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단색화(Dansaekhwa)는 단순한 회화 양식을 넘어, 물질·정신·시간과 존재를 탐구하는 치열한 여정으로 기록된다. 5월 13일∼6월 28일까지 나마갤러리에서 개최되는 ‘One Color, Thousand Breaths’는 그 여정의 중심에 서 있는 거장 박서보·하종현·김창열의 작품을 작년에 이어 다시 소환한다. 단색화라는 공통된 언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세 작가가 구축한 예술적 세계는 분명하게 다르다.
나마갤러리(관장 박주열)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시대별 작가의 작품 흐름을 관찰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작고하신 박서보 선생의 1970년대 연필 묘법과 2000년 이후의 한지 묘법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며, 1973년에 제작된 김창열 선생의 물방울 및 1980년·1990년 이후의 물방울을(회귀) 비롯한 2010년대 후반의 물방울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여전히 묵묵하게 활동 중인 하종현 선생의 시대별 작품도 1980년대의 작품을 비롯하여 2000년대의 작품까지 여러 점이 선보이는 등 한자리에서 국내 최고의 작가 3인의 작품을 시대별·구성별로 비교 감상할 좋은 기회이다.
한국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이들 3인 거장의 작업은 최소한의 색채와 형태, 그리고 소재를 통해 깊은 명상적 공감각을 끌어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서보는 반복적 선 긋기의 수행을 통해 화면을 시간과 존재 사유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묘법 시리즈는 화면을 긋고 또 긋는 행위가 쌓여 생명과 의식의 흔적을 드러내는 하나의 생태계가 된다.

하종현은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밀어 올리는 독창적인 ‘접합’의 방식을 통해, 물질의 우연성과 인간 행위의 개입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드러낸다. 그가 만들어낸 흔적들은 자연과 인간·물성과 정신의 경계를 탐색하는 역동적 기록이다.

김창열은 절제된 붓질로 물방울을 그린다. 그의 물방울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존재의 탄생과 소멸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투명하게 비춘다. 한 방울의 물은 세계를 압축하며,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은 명상을 담아낸다.

‘One Color, Thousand Breaths’는 단색화가 미니멀리즘이나 색면 추상의 차원을 넘어, 한국적 정신성과 수행성, 그리고 물질과 시간의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예술적 언어임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색이 지워진 자리에서 오히려 채워지는 에너지, 고요 속에 응축된 긴장과 생명력을 관객에게 환기시키며, 세 거장의 작업은 비워낸 화면 너머 무수한 시간의 결을 새기고 있다. 그 결은 오늘도 여전히, 조용하지만 깊은숨으로 우리를 향해 말을 건넨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공공 목적의 미술관이 아닌 상업 화랑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좀 더 가까이 작품과 대화할 기회이다.
모쪼록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인 거장의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모노크롬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작품 속에서 명상과 치유의 메시지를 발견하시길 기대한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관심 작품은 갤러리와 상담 및 구매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이며 일·월은 휴관이다. ☞나마갤러리 I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80-1, 02-379-5687. sangbae030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