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삭발도 각오했다. 그룹 아이들(i-dle)이 19일 미니 8집 ‘위 아(We are)’를 발표했다. 본격적인 리브랜딩의 시작이다.

지난해 7월 낸 미니 7집 ‘아이 스웨이(I SWAY)’ 이후 10개월 만의 신보다. 그 사이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미연, 민니, 소연, 우기, 슈화까지 멤버 전원이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팀명은 기존의 ‘(여자)아이들((G)I-DLE)’에서 ‘아이들(i-dle)’로 변경했다. 정체성의 재정립이다.

미연은 기자간담회에서 “데뷔할 때부터 괄호 속에 ‘여자’가 붙는 게 늘 의아했다. ‘나중에 우리가 이름을 알리고 잘하게 되면 꼭 이걸 떼자’고 얘기해왔다”며 “우리의 이름을 찾은 기분이다. 속 시원하다”며 웃었다.

신보 타이틀은 상징적이다. 데뷔 앨범 ‘아이 엠(I am)’이 각자의 존재를 알리는 출발이었다면, ‘위 아(We are)’는 다섯 명이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가 아이들”이라고 다시 소개하는 선언이다. 소연은 “7주년이자 8년 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했다.

앨범에는 총 여섯 곡이 실렸다. 타이틀곡 ‘굿 띵(Good Thing)’을 비롯해 선공개곡 ‘걸프렌드(Girlfriend)’까지, 전 멤버가 작사·작곡에 참여해 ‘우리’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굿 띵’은 중독적인 8비트 사운드와 레트로 감성이 결합한 트랙이다. 2000년대 초반 K팝 신에서 유행한 오토튠 사운드를 도입했다. 소연은 “아이들이 해보지 않은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다”며 “제게는 추억이고, 어린 친구들에게는 신선하게 들릴 것 같아 오토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우기는 ‘굿 띵’을 처음 듣고 소연에게 “언니, 오토튠 실화야?”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마치 전기를 맞은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가사는 바람을 피운 애인을 직접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연은 “‘아이돌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생각하며 재미있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걸프렌드’는 이미 호응을 얻고 있다. 연인과 헤어진 친구에게 “야, 괜찮아. 네 보이프렌드보다 훨씬 좋은 걸프렌드들이 여기 있어”라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소연이 3년 전에 작업한 곡이다. “당시에는 우리가 이 노래를 부르기에 어린 것 같았다”는 소연은 “이제는 우리가 불러도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재계약 과정을 거치며 멤버들은 음악적으로 성숙해지고, 팀워크는 한층 끈끈해졌다. 우기는 “주변에서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결국 재계약을 하며 느낀 건 ‘아이들 하기 잘했다’는 것이었다”며 “우리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멤버들이 있기에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10년, 100년까지도 아이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음악적 구심점인 소연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노래가 히트하면, 더 잘하고 싶고 매일 압박감을 느끼지만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며 “8년여 동안 아이들로서 느낀 건, 우리가 재미있게 만든 곡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것이다. 압박감을 내려놓고 즐겁게 음악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은 제2막의 첫 장인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로운 목표를 꿈꾼다. 우기는 “예전에 빌보드 1위를 하면 삭발하겠다고 말한 적 있는데, 이번에 소연 언니가 ‘빌보드 1등 각이야’ 하더라”며 “저는 오히려 좋다. 삭발이 목표”라고 말하며 웃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