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문정희가 서울 도산대로 골목길 속 한적한 공간에 전시회를 열었다. 이름은 ‘금빛동행’. 금빛 털을 휘날린 골든 리트리버 마누가 주인공이다. 불과 3개월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축복하기 위함으로 지난 24일 개최했다.

1층과 2층에 마누의 생전 사진이 진열돼 있었다. 워낙 잘생기기도 했고, 다른 강아지들보다 성격도 좋고 에너지도 밝은 마누여서 얼굴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공놀이와 물가, 산책, 겨울 눈으로 챕터를 나눴다. 마누가 가장 좋아했던 것들로 분류한 것이다.

사진을 유독 좋아한 문정희의 남편 김원범 작가가 사진을 찍었고, 문정희가 주로 모델이 돼 마누 곁에서 함께 미소를 지었다. 김 작가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새롭게 터전을 잡은 제주도와 가족의 별장이 있는 속초 곳곳이 배경이다. 사계절이 온전히 전달되는 풍광이 마누와 가족의 애정과 함께 어우러진다.

문정희는 “사실 생전에 전시회를 만들려고 기획했는데, 갑자기 병에 들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기획이 바뀌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마누와 추억을 되새기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줘서 함께 위로하고 축복을 나눴다”고 말했다.

지극히 반려견을 아끼는 반려인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에 대놓고 슬퍼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마누를 보러 왔다가 자기 안에 간직하고 있는 반려견을 그리워하며 오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잠시 앉아 꺽꺽대며 울고, 그간의 체증을 풀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반려인들이 모이는 공간이라 가능했다. 그렇게 서로 보듬고 위로했다.

문정희는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헛헛하고 슬프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자식을 잃은 수준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분이 마누를 보고 오열한다. 자기가 키운 반려견을 추억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반려인이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감정이라, 내놓고 슬퍼하기 민망했다고 하더라. 이 공간에서 편히 그 슬픔을 털어놓고 가신다. 이런 위로의 공간이 될 줄은 몰랐다”며 담담히 말했다.

인연이란 건 예측할 수 없다. 문정희 가족은 7년 전 아파트에 거주할 때라 반려견을 키울 의지가 전혀 없었다. 우연한 계기에 반려견 체험을 즐겼을 뿐인데, 문정희가 사랑에 빠지며 가족이 됐다. “하나님이 우리 곁에 계시다”는 히브리어 엠마누엘에서 본따 마누란 이름을 지었다. 반려견과 관련해 지식이 부족한 탓에 책과 씨름하며 학습하면서 아이를 키웠다. 마누와 떨어지기 싫어 늘 어디든 함께 할 정도로 깊은 사이가 됐다.

김원범 작가는 “마누에게 배울 게 많았다. 워낙 성격이 좋아서, 사람이든 강아지든 모두 잘 어울렸다. 그 성격을 갖고 싶을 정도였다”며 “마누와 인연이 닿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례식과 전시회에 왔다. 고맙고 감사하다. 영원히 우리 가족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사진전은 다음달 16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다만 마누의 사진과 엽서 12종 등 굿즈를 판매한다. 수익금은 지난 3월 경상권 산불사고로 피해를 입은 반려견을 위해 기부된다. 여전히 아프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함이다. 작품마다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해 온 배우 문정희의 따뜻한 마음이 여러모로 전달된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