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미치게 사랑스럽다. 적재적소에 파고들어 오는 입담과 코를 찡긋하는 웃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괜히 ‘플러팅 귀재’가 아니다. 여자가 봐도 그렇다. 방송인 이은지는 그렇게 방송가를 홀렸다.

‘대세 코미디언’ 이은지의 시대다. 지난해부터 이은지가 출연한 예능프로그램만 총 11개에 달한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미스터리 수사단’, TV조선 ‘미스터트롯’ 등 이름만 대도 아는 굵직한 예능프로그램의 한 축을 지켰다. 그야말로 ‘열일’ 행보였다.

이은지의 시작은 tvN ‘코미디 빅리그’였다.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라틴 댄서 루나 역을 연기했다. 화제성은 있었으나 대선배들 사이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소 아쉬운 존재감이었다. 그런 이은지는 유튜브 채널로 시선을 돌렸다. Y2K 세기말 감성을 앞세운 부캐 길은지를 선보였다. 그 시절 사람을 냉동시켰다가 2020년대에 해동한 듯했다. 제대로 흐름을 탔다. 부캐 길은지 덕분에 이은지는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까지 진출했다.

그런 이은지를 눈여겨본 것은 나영석 PD였다. 나 PD는 2022년 선보인 신작 ‘지락실’의 맏언니로 이은지를 선택했다. 이은지는 그룹 오마이걸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과 호흡을 맞췄다. 예능이 익숙하지 않은 동생들을 이끌었다. 예능 흐름에 맞춰 적재적소 타이밍에 웃음 포인트를 던지는 동시에 너무 들뜨지 않도록 무게를 잡아줬다.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락실’은 그렇게 이은지의 인생을 바꿔놨다. 이를 시작으로 TV조선 ‘미스터트롯’ 시즌 2·3,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 MBC ‘솔로동창회 학연’, ENA ‘시골에 간 도시 Z’, JTBC ‘극한투어’ 등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도 JTBC ‘대결! 팽봉팽봉’과 tvN ‘지락실’ 시즌 3에 동시 출연 중이다. KBS 쿨FM ‘이은지의 가요광장’ 고정 DJ도 맡고 있다.

이은지가 가진 강점은 ‘케미’다. 누구와 붙여놔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동생들과 모인 ‘지락실’에선 맏언니 롤을 정확히 포착하고, ‘팽봉팽봉’에선 대선배 이봉원과 선후배 벽을 넘나드는 가족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친숙하다.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며 살갑게 다가간다. 특유의 코찡긋 웃음과 함께 자연스럽게 플러팅 멘트를 던진다. 이은지와 함께 따라 웃고 있는 순간 이미 홀린 것이다. 실제로 ‘팽봉팽봉’ 촬영 당시 한 외국인 남성 손님이 호객 행위를 하는 이은지에게 개인 연락처를 묻는 해프닝이 벌어진 바 있다.

그동안의 여성 코미디언 계보가 있다. 이영자, 송은이, 김숙, 박나래, 장도연 등이다. 이제 이은지가 계보를 잇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