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두산이 시즌 도중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승엽(49)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두산의 파격 선택이 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덩달아 슈퍼스타에서 감독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다시 나오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 사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22년 10월 두산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파격 대우를 안겼다. ‘국민타자’에서 순식간에 프로 감독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결국 성적이 문제다. 2023시즌 5위, 2024시즌 4위에 자리했다.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가을야구 출정식에서 야유가 나왔을 정도. 올시즌은 9위까지 처졌다.

허경미 이탈이 있었고, 곽빈-홍건희 등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악재를 안고 시작한 면은 있다. 주축 베테랑 선수들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고려해도 경기력이 썩 좋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팬들의 비판도 커져만 갔다. 결국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애초에 ‘파격’이다. 해설위원으로서 현장에 가까이 있기는 했지만, 내부인은 또 아니다. 지도자 경력은 전무. 야구예능 ‘최강야구’ 감독이 커리어가 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초보 지도자를 감독으로 바로 앉혔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더러 있는 일이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를 은퇴 후 바로 감독으로 앉히기도 한다. KBO리그는 최초 사례였다. ‘경험 부족’ 우려가 나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사실 NPB에서도 성공보다는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이승엽 감독도 애를 먹었다. 경기 운영에서 ‘갸우뚱’하는 장면이 제법 나왔다. 한 해설위원은 “색깔을 모르겠다”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2024시즌의 경우 수석코치로 베테랑 박흥식 코치를 앉히기도 했으나, 박흥식 코치도 시즌 후 팀에서 나와야 했다.

‘젊은 감독’이 대세라고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를 2위로 이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 감독을 제외하면 올시즌 50대 후반 감독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경험’으로 귀결된다. 코치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쪽이 좋다는 얘기가 다시 힘을 얻는다. KBO리그에서 빼어난 업적을 남긴 후 지도자를 하지 않고 방송 등에서 활약하는 ‘거물’이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박봉에 일까지 많은 신입 코치로 들어가는 쪽을 선호하지 않는다. 해설자로 일하거나, 방송으로 진출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사실. 현장에서 ‘좋은 코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승엽 감독이 성공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다. 제2, 제3의 ‘사령탑 직행’ 케이스가 더 빠르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녹록지 않아졌다. 이른 시기에 또 나오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감독은, 나아가 지도자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봐야 아는 것’이 분명히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