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그랜드 피날레’ 맞아 가면 형태의 변화가 주는 의미

인간도 유령도 아닌 존재…감정 표출하는 도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크로스오버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카이가 10주년을 맞아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는 뮤지컬 ‘팬텀’의 핵심인 가면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카이는 12일 서울 강남구 빌딩숨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가면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에릭(팬텀)’이 가면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소개했다.

카이는 올해 개막 10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은 뮤지컬 ‘팬텀’에서 프랑스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팬텀(에릭)’ 역으로 열연 중이다. 흉측한 얼굴로 태어나 평생 가면 뒤에 자신을 가둔 채 감정마저 숨겨야 했던 유령의 삶에서 애틋한 연민이 느껴진다.

‘에릭’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형체가 없는 그저 ‘유령’으로 불린다. 가면에 가려진 ‘팬텀’은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그도 분명히 평범한 인간이다. 이렇듯 ‘팬텀’의 가면은 사람도, 유령도 아닌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해 가려진 세상의 진실을 대변한다.

2015년 초연부터 지금의 5시즌까지 지켜본 관람객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가면이 또 한 번 바뀐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의 의도에 따라 ‘에릭’의 얼굴 절반을 가렸다. ‘에릭’을 가면으로 내면까지 가린 ‘팬텀’으로 보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가 착용하는 가면은 매 장면 바뀐다. 화려한 왕관이었다가 단순히 하얀색으로 바뀌고 또 빨간색만 띠는 등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 변화한다. 하지만 가면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5시즌 중 4번 ‘팬텀’ 무대에 선 카이는 “다 똑같은 마스크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오페라의 유령’과 다른 외형적 모습을 봐주려는 생각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면으로 얼굴을 덮는 것에 대해 연구했다. 이번 공연에서 보이듯 가면으로 얼굴을 다 덮음으로써 내적인 부분까지 전달하고 싶은 캐릭터의 심리까지 무대에 세우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에릭’의 등장마다 가면이 시시각각 바뀐다. 이는 ‘에릭’에서 ‘팬텀’으로, 또는 ‘팬텀’에서 ‘에릭’으로 바뀌는 각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카이는 “개인적으로 가면에 의미를 담는 것은 ‘팬텀’이란 인물이 사회적이지 못하다는 것부터 얘기하고 싶다. 혼자만의 지하 세계에 갇혀 사는 ‘에릭’은 오페라 공연 등 모든 세상을 훔쳐본다. 어떤 부분에서는 공상적이면서도 비사회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에릭’이자 ‘팬텀’을 연기하는 카이는 인물이 가진 어두운 면만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이 가진 내면의 아픔까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했다. 카이는 “가면은 그의 감정을 표출하는 도구로써 극적인 표현뿐 아니라 단편적인 내용까지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0년 동안 많은 배우가 ‘팬텀’ 역할을 하면서 가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었던 이유”라고 전했다.

극의 중심을 다루는 가면이 배우들에게는 때론 유치하거나 단순하게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이는 ‘멋’보단 ‘팬텀’이 주는 인물의 서사에 집중했기에 의견 충돌은 없었다. 카이는 “개인적으로 뮤지컬 장르 자체가 동화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또 다른 정체성”이라며 “가면은 ‘에릭’의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직접적이자 간접적 도구라고 생각한다”라고 가면으로 표현하는 여러 감정들을 강조했다.

한편 다섯 번째 시즌이자 10주년을 맞아 ‘그랜드 피날레’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팬텀’은 오는 8월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