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남궁민은 장르물의 왕이자 변주의 달인이다.

‘김과장’으로 코믹 오피스를 장악하더니, ‘스토브리그’에서는 스포츠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낮과 밤’ ‘검은 태양’ ‘천원짜리 변호사’ 등 매 작품 새로운 장르로 갈아입었다. 성실하고 견고한 연기로 자신의 선택을 증명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들여다보면 하나의 결핍이 눈에 띈다. 바로 ‘멜로’다. 스토브리그(박은빈)나 천원짜리 변호사(김지은) 등 처럼 대부분의 작품에서 상대역은 업무 동료이거나 조력자에 가까웠다.

지난해 방영한 MBC 드라마 ‘연인’은 그래서 그의 새로운 도약점으로 보였다. 로맨스를 앞세운 사극 멜로물에서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성을 선보였다.

‘연인’에서 유길채(안은진 분)와 사랑, 갈등, 집착, 헌신 등 다양한 감정선을 표출했다. 덕분에 시청률은 12%를 돌파했고, ‘남궁민식 멜로’는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 받았다.

남궁민은 이 여운을 그대로 끌고 SBS 새 금토드라마 ‘우리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엔 더욱 명확하다. 장르를 걷어내고 순도 100% 정통 멜로에 도전한다. 그간 장르물 중심의 연기로 쌓아온 이미지를 벗고 감정의 결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이다.

남궁민은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날카롭고 명료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한없이 유약하고 감정에 흔들리는 인물을 택했다. 영화감독 ‘정우’는 화려한 데뷔 후 긴 슬럼프에 빠진 인물이다. 현실에 지치고 감정의 출구를 잃은 상태다. 이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남궁민은 외형부터 감정선까지 세심하게 조율했다.

‘우리영화’ 속 남궁민은 강하거나 완벽한 인물이 아니다. 대신 미완성이고 흔들리는 사람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늘 새로운 장르를 넘나들었지만 이번엔 인물의 감정 그 자체로 도전장을 던졌다.

남궁민은 “5회까지만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우의 확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말대로 조금 더 기다려볼 일이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