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연령대, 특히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시선이 강하다. 실패하면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성공하면 큰 영광을 누린다. ‘도쿄대첩의 영웅’ 이민성(52) 감독이 이 잔을 들었다.
내년 일본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 감독은 앞서 코치로 금메달을 획득한 경험이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김학범 현 제주SK 감독을 보좌해 우승을 달성했다. 이제 사령탑으로 변신해 대회에 참가한다.

이 감독은 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1985년 6월22일 1호 발행) 인터뷰에서 “벌써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압박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4회 연속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병역 문제를 안은 선수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도 하다”면서 “그걸 알면서도 맡았다. 그만큼 이 팀을 하고 싶었다. A대표팀은 생각도 하지 않지만 U-23 대표팀이라면 내가 지닌 역량을 발휘해 성과를 낼 자신도 있었다. 독이 든 성배여도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프로 사령탑으로는 대전하나시티즌의 1부 승격을 이끈 적이 있다. 그는 “프로팀은 더 치열한 면이 있다. 늘 선수와 눈치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웃더니 “대표팀에 오니 개념이 다르다. 간절하고 동기부여가 뚜렷한 선수가 오기에 조금 더 편하긴 하다. 다만 짧은 시간 소집해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라고 털어놨다.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경험이 있는 이 감독은 코치진과 일사불란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이달 호주와 평가전을 통해 일부 선수를 파악했다. 향후 K리그와 대학 대회 현장을 다니며 숨은 옥석을 발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일본으로 가는 로드맵은 어느 정도 그려놨다.
이 감독은 “당시(2018년)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김학범, 김은중 두 감독과 대화하면서 7년 전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면서 “애로사항이 많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못 뛰는 선수가 많다. 포지션도 편중돼 있다. 특히 스트라이커는 자원이 너무 없어 고민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9월 아시안컵 예선, 내년 1월 본선을 거쳐야 스쿼드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이 감독은 “40명 정도의 풀을 두고 지속해서 관찰할 예정”이라며 “1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아시안게임은 U-23 대회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훨씬 어린 선수가 대회가 갈수도 있다. 심지어 준프로 고등학생 선수도 대상이다. (해당 연령인) 2003년생이 몇 명이나 갈지 나도 알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 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수를 향한 메시지는 확실하다. ‘팀 스피릿’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력을 얘기하면 머리 박고 뛰는 걸 생각하는데 그건 옛날 얘기”라며 “핵심은 사명감과 개인의 자존감이다. 팀을 생각하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경기장 안에서 튀는 건 좋지만 팀 분위기를 흐리면서 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훈련, 경기 중 강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품고 팀의 방향성을 따라오는 선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오직 금메달 하나뿐이다. 이 감독은 “17세, 20세 이하 대표팀의 경우 결과보다 경기력이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전혀 다르다”면서 “오직 성과(금메달)로만 평가받는 자리다.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겠다. 전략적으로 이길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