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절 보고 40대의 희망이라 하네요.”
프로 17년차다. 매 시즌 꾸준히 활약했다. 한때 국가대표 단골손님 소리도 들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인데 이상하게 상복이 없다. 그리고 ‘큰 것’ 하나 받았다. 챔프전 MVP다. 1985년생이지만, 끝은 아니다. 각오가 활활 타오른다. 창원 LG 허일영(40)이 주인공이다.
허일영은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건국대 시절 최고 슈터라 했다. 전체 2순위로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소노) 지명을 받았다. 오리온에서 11시즌 보낸 후 서울 SK로 이적했고, 2024~2025시즌 LG에서 활약했다.

역대 최초 기록도 있다. 3개 팀에서 우승을 차지한 역대 유일한 선수다. 오리온(2015~2016), SK(2021~2022), LG(2024~2025)에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섰다. 그리고 2024~2025시즌은 챔프전 MVP도 품었다.
돌아보면 만만치 않은 시즌이다. 비교적 갑작스럽게 팀을 옮겼다. 수도권에만 있다가 창원으로 내려왔다. 거주 환경이 바뀌니 적응도 일이다.
허일영은 “가족도 없이 혼자 와서, 창원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하니 좀 외롭더라. 스트레스를 풀기가 쉽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나이 안 먹었다면 안 내려왔을 것이다”며 웃었다.
대신 챔프전 MVP라는 큰 성과도 얻었다. “7차전에서 조금 활약하면서 받지 않았나 싶다. 확실히 인생은 타이밍 같다”며 웃은 후 “내가 실적에 비해 상을 못 받았는데, 큰 거 하나 받았다”고 말했다.

KBL 역사를 통틀어도 허일영처럼 꾸준한 선수는 잘 없다. 매 시즌 평균 20분 이상 뛰면서, 득점도 10점씩 한다. 특히 외곽포가 최고 장점이다. 통산 3점 성공률이 39.7%에 달한다. 리그 대표 ‘슛쟁이’다.
그는 “요즘은 나 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3번(스몰포워드) 자리에 장신인 선수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희소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이어 “요즘 선수들은 공 갖고 플레이하는 쪽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공 없이 하는 선수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화려한 것만 하려고 한다”며 살짝 꼬집기도 했다.

그렇게 꾸준히 활약했고, 어느새 40대가 됐다. 허일영은 “화려하지 않아도, 내 할 것은 한다. 그래서 오래 가는 것 같다. 경험이 많으니까 농구 ‘길’을 알면서 하지 않나 싶다. 주변에서 ‘40대의 희망’이라고 하더라. 나는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직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나이 먹었다고 배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2년은 더 할 수 있다. 당장 다음시즌 잘해보겠다.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허일영은 “스포츠서울도 40살이 됐다고 하더라. 40주년 축하드린다. 나도 1985년생이다. 베테랑 아니겠나. 계속 응원 부탁드린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이뤘다. 끝까지 부담 없이 뛰면서 잘 마무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