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미 무역협상이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7월31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미 양국 발표를 종합하면, 한국은 총 4천500억달러(약 626조원)에 달하는 조선 중심 대미 ‘투자 펀드’(3천500억달러)와 에너지 구매 카드를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일본과 EU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구매 약속을 제안해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와 4월부터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는 15%로, 25%로 적용 중인 자동차 품목 관세도 15%로 각각 낮아졌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는 15%이고, 미국산 제품은 한국에서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대표단을 백악관으로 불러 담판을 지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SNS에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불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중심의 기간 산업과 달리 중소 제조업이나 유통업계는 이번 한미 무역협정 타결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K-컬쳐’를 등에 업고 활발한 대외무역에 나선 코스메틱이나 식품업계 등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제 때보다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장품 업계는 제조우너가가 높지 않고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어서 직격탄은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는 제품 원가에 부과되므로, 화장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립해 관세 영향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 강자’로 도약한 라면업계도 신중하게 협상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이나 농심 등 대기업은 미국에 생산공장을 건립한 상태다.

그러나 이른바 ‘불닭 신드롬’으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라면은 4월부터 10%, 1일부터는 15% 관세가 부과된다. 수출이 증가하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봉지당 판매 가격이 1.5달러 정도다.

삼양식품은 관세 이슈가 불거진 직후부터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관세 부과 후 가격 상승으로 매출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 이윤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