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원성윤 기자]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것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2)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첫선을 보인 2018년. 미국 LA 오토쇼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 팰리세이드 출시 현장을 찾았다. “신차 잘 나왔다”는 말로 기운을 듬뿍 몰아넣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팰리세이드는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차근차근 점유율을 늘려갔다. 풀체인지가 된 올해 버전은 프리미엄 플래그십 모델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용기를 갖고, 뚜벅뚜벅 걸어간 덕분이다.
판매량부터 남다르다. 국내 시장에서 지난 7월까지 3만7036대 판매돼 현대차 SUV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렸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높다. 전체 판매량의 80%를 웃도는 점유율을 보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시기를 잘 파고들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실내에 들어서면 대접받는단 느낌이 크다. 일명 ‘아빠차’로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힘든 회사 생활을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탔을 때 포근하게 맞이해준다. 팰리세이드에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현대차의 특장점이 잘 살아있는 차다. 조수석 앞을 세로결 우드로 장식한 것에서부터 운전석을 향해 있는 센터패시아의 화면, 정갈하게 정돈된 공조기 버튼까지. 복잡한 머리마저 산뜻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2, 3열의 좌석 역시 멋들어진다. 4인 가족이라면 3열을 접고 2열을 뒤로 밀어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전장 5060㎜, 휠베이스 2970㎜다. 각각 이전 세대보다 65㎜, 70㎜ 증가했다. 트렁크를 열고 보면 광활함에 입이 떡 벌어진다. 4개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적재할 수 있다. 최대 615리터가 나온다. ‘패밀리카’로 당연히 손색이 없다. 2열 시트에 마사지까지 운전석에서 조절할 수 있기에 운전자의 어깨가 으쓱하고 올라갈 만하다.


외제 차가 외면하는 내장 내비게이션도 훌륭하다. SUV 모델 최초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을 적용했다. ECS는 차량 각종 센서와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활용해 화면을 제공한다. 증강현실을 도입해 화면에 현재 앞의 상황과 빠져야 하는 길을 겹쳐 보여준다. 초행길에서 내비게이션을 보다 빠져야할 길을 놓쳐 유턴할 때가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 기능이 운전을 안정적으로 하는 데 충분히 이바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가격 역시 구미를 당길만 하다. 2.5 터보 가솔린 모델은 9인승 4383만 원부터, 7인승 4516만 원부터다. 2.5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9인승 4982만 원부터, 7인승 5146만 원부터다. 동급 외제 SUV가 8000만 원~1억 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걸 생각해 보면, 팰리세이드가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무게감을 줘야 한다는 콘셉트 때문이었을까. 핸들이 지나치게 무겁다.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큰 덩치에 경쾌한 움직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변속 역시 빠릿빠릿한 편이 아니다.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f∙m인데 공차 중량이 2톤 안팎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타야 한다. 가솔린 기준 연비는 9.7㎞/L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도 기억해 두자.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