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예비 엔트리’ 1월 9일 전지훈련

성적 부담에 비활동기간 준수 원칙 파기

2009년 준우승 이후 2라운드 진출 실패

영광 재현 기대감 낮아, 부메랑 될 수도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국가대표 후보’들이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한다. 내년 3월5일부터 1라운드를 시작하므로,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 시기에 100%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대표팀 후보군은 내년 1월9일부터 사이판에서 몸만들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KBO 박근찬 사무총장과 대표팀 류지현 감독 모두 “선수들이 요청했다. 멀지 않고, 날씨가 좋은 곳이다. 각 구단 감독도 찬성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공식적으로 만난 관계자들은 “성적을 내야하지 않겠나. (KBO로서도)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회”라고 귀띔했다.

정리하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WBC이므로 2006(4강) 2009(준우승) 대회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훈련을 일찍 시작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해할 만한 주장이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훈련을 일찍 시작하는 건, 원칙파괴의 또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셈. 류 감독과 박 사무총장 모두 “구단에서 동의한 일정”이라고 밝힌 점에 방점이 찍힌다.

어쨌든 WBC에 출전할 만한 선수들은 훈련을 일찍 시작한다. 굳이 사이판 등 적도부근으로 날아가는 건 아무래도 투수들을 위해서다. 공을 던져야 하는 입장에서는 따뜻한 곳이 부상예방 등을 위해서도 좋다. 다른 선수보다 열흘가량 훈련을 일찍 시작하니, 그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기도 빠르다.

구단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투수놀음’으로 불리는 종목 아닌가. ‘국대 코치진’이 직접 몸을 만들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몇몇 선수는 구단이 돈을 들여 미국이나 일본의 트레이닝 센터로 미리 보내 훈련하도록 지원한다. 아예 전지훈련지로 먼저 떠나는 선수도 있다. ‘단체훈련’ ‘코치진의 훈련 참여’ 등의 형태만 피하면, 비활동기간 준수 따위는 ‘모르는 일’이다.

부익부빈익빈만 가속할 뿐이다. 어차피 자비로 훈련하는 선수들은 항공료 지원을 받는다. 고액 연봉자인 베테랑들이 몇몇 후배들을 데려가는 것은 야구는 혼자할 수 없는 종목이어서다.

구단이 해외로, 트레이닝 센터로 보내는 선수들은 ‘꼭 필요한 기대주’다. 그간 사례로 보면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비활동기간에는 훈련에 코치진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조항 탓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다.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 1군 진입을 노리는 2군 선수들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도 마찬가지다. “(하위팀들은 다음시즌에) 성적을 내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도 억울한데, WBC에 승선하는 선수들은 어쨌든 성적을 낸 팀 중심이지 않은가”라고 주장하면?

“선수협이 정한 원칙이라 KBO로서도 어쩔도리가 없다”고 맞받으면 그만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인상이다.

혹자는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물론 좋은 일”이라면서도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커미셔너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떠오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