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솔직했다. 데뷔 18년차임에도 어떤 교만함도, K팝 한류의 선구자임에도 일말의 거만함도 없었다. 2PM 장우영은 “대중이 제 비주얼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거나, 제 노래 실력이 엄청 좋다고 생각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새 앨범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했을 때, 결국은 제 이야기가 주제더라”고 말했다.

장우영의 세 번째 미니앨범 ‘아임 인투(I’m into)’는 내적 고민과 변화를 겪고 탄생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싱크 투 머치(Think Too Much)’는 펑키한 사운드의 팝 댄스 곡으로, “네 맘대로 일단 워크 잇(Work it)” “해봐 맘대로 괜찮아” 등의 노랫말처럼, 걱정하지 말고 마음대로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장우영은 “무대 위에서 재미있게 춤추며 놀 수 있을 것 같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컴백은 지난 6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심플 댄스(Simple dance)’ 이후 3개월 만이지만, ‘심플 댄스’까지는 2018년 1월 솔로 미니 2집 ‘헤어질 때’ 이후 7년 5개월이 걸렸다. 긴 공백에는 이유가 있었다.
“제 실력에 만족이 아닌,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우울감도 오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전 농구, 축구도 좋아하지만 다칠까봐 나가서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걸로 마음을 해소했으면 좋은데, 자꾸 움츠러들었어요. 그러다 ‘10년 뒤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싶더라고요. 그동안의 음악적인 고민도 마찬가지로요.”

절친한 작곡가 정재형과 가수 이적의 조언이 장우영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과 함께 갔던 일본 도쿄 여행에서 이들은 장우영에게 “생각 그만해도 돼. 네가 너를 잘 못 보고 있어. 넌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심플 댄스’로 활동할 때, 오랜만에 노래하고 춤추는 게 즐거운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예전에는 저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다른 사람들한테 날카로워질 때도 있었는데, 활동하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도 깊게 했어요. 열심히 활동하는 게 제 건강에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임 인투’로 3개월 만에 빨리 돌아오기로 했죠.”

길었던 공백과 부침의 기간이 장우영에게는 내면의 성숙을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 바탕에는 항상 아티스트를 믿고 배려하며 기다려주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철학이 맞닿아 있다. 장우영은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를 여전히 “진영이 형”이라고 불렀다.
“저는 형한테 투정도 많이 부려요. ‘전 이런 거 하고 싶어요, 형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요. 근데 형은 체면을 안 차려요. 다 들어주시거든요. 형한테 돌아오는 대답이 권위적이었다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을텐데, 항상 제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래서 저도 형의 의견을 듣고 다시 생각할 수 있고요.”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최근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장우영은 “정말 깜짝 놀랐다. 형의 도전과 용기가 놀랍다”면서도 “음악 작업에서 보여주던 자세와 이번 행보가 다르지 않다”며 존경심을 전했다. JYP에서 증명한 ‘소통의 리더십’을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서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형은 가사 한 줄을 쓸 때도 결코 적당히 하지 않아요. ‘이 음절을 채우려고 아무 가사나 집어넣으면 절대 안돼’라고 하시죠. 늘 그런 자세로 걸어오셨어요.”

장우영이 JYP를 떠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데뷔 초와 비교하면 회사의 규모도 커지고, 작업 방식도 달라졌지만 장우영에게는 여전히 JYP가 하나뿐인 울타리다.
“아직도 JYP에서 배울 게 많아요. 진영이 형 때문이죠. 형이 맞지 않고 싫어지면 제가 나갈텐데, 그런 마음이 들어도 스스로 다시 생각하게 돼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요. 형한테 거짓을 느꼈던 적이 없거든요. 저에게는 JYP가 운동장이에요. 더 까불어도 되는, 더 춤추고 노래 부르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운동장이요.”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