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스서울 | 함상범 기자] 엄청난 폼이다. 모두가 김원훈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기대를 한껏 받은 주에서도 입만 열면 큰 웃음이 터진다. 창의적인 빌드업에 이은 완벽에 가까운 멘트가 가슴에 박힌다. 안정적인 연기와 정확한 호흡, 한 방이 있는 애드리브까지 완벽하다. 요즘 기세가 가장 좋은 예능인은 김원훈이다.
SBS과 ‘마이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2’에서 맹활약 중이다. 고향 같은 웹예능 ‘숏박스’는 매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메타코미디를 비롯해 각종 예능에서도 자주 얼굴이 보인다. 무례가 다소 섞인 듯 능청스럽게 상대를 놀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른 사람이 하면 불편할 수 있는 농담인데 김원훈의 입을 거치면 큰 웃음이 된다.
‘직장인들2’에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난사한다. 조정석에게 거의 유일한 실패작 ‘강철대오’만 언급하거나, 이세돌에게 “특별한 부위에 털이 나 있을 것 같다”고 하고, 조여정에겐 숙모라고 놀린다. 추성훈에겐 “싸우면 이길 것 같다”고 시비를 걸고, 스윙스는 실제로 때렸다.

고정 패널에겐 더 가혹하다. 심자윤, 지예은, 현봉식, 이수지, 백현진은 물론 신동엽에게도 조롱을 날린다. 자신의 개그에 큰 웃음으로 보답하는 카더가든에게만 온정을 베풀 뿐이다. 다소 적응하지 못하는 백현진에게 호흡이 이상하다며 화를 내고, 현봉식은 ‘길구봉구’ ‘봉알’ 등으로 이름을 바꾼다. 지예은은 지식으로, 이수지는 몸매로 놀린다. 화가 번뜩나면서도 웃음도 같이 터진다. 연기를 이어가야 하는 ‘직장인들2’는 웃음을 참는 게 더 힘들어 보인다.
김원훈의 강점은 독특한 빌드업에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적극 활용한다. 연예인들 사이에선 하지 않을 법한 실명 토크나 실제 있었던 일로 큰 웃음의 발판을 마련한다. 신동엽에게 “홍대에서 서래마을까지 택시타고 택시비 14,800원을 안 냈다”는 거나 카더가든에게 “광고주한테 연락왔는데 손웅정 축구교실 DC해달라고 했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이세돌에게 “고기 전문점 이차돌 좋아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 등이다. 너무 예상할 수 없어 말문이 턱 막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킬링 포인트다. 김원훈의 말에서 새로운 웃음이 파생된다.

‘마이턴’에서도 돋보인다. 엉겁결에 매니저로 들어간 김원훈은 호시탐탐 메인 멤버를 노리고 있다. 누구 한 명 잘려나가길 원하고 있어 끊임없이 갈등을 만든다. 막내 남윤수를 무시하고, 탁재훈의 연애를 몰래 일러바치는 일을 일삼는다. 억지스러운 설정인 데다 과잉 연기가 필요한 대목인데, 김원훈이 워낙 진지하게 연기를 펼쳐 현실감이 있다.
후각이 뛰어나다는 설정을 스스로 만들고 화장실 대변기를 막은 범인을 찾는 시퀀스는 그야말로 김원훈의 원맨쇼다. 육개장을 먹은 탁재훈은 보류하고, 추성훈과 이경규의 엉덩이에 코를 갖다대며 범인을 찾는 부분이다. 이수지의 엉덩이에 코를 갖다 대더니 무자비하게 엉덩이를 가격한 부분은 엄청난 웃음이 터진다. 예상밖의 액션에 모두가 말을 잃고 큭큭대며 웃고 만다.
입사하자마자 갈 곳을 잃은 KBS 30기 개그맨이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웃음을 찾아 떠돌다 ‘숏박스’를 성공시켰다. 위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다. 메타코미디에선 순발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연기와 함께 애드리브를 던질 수 있는 페이크 다큐 장르에선 최고의 기세다. 조롱에 있어서만큼은 현존 최강자다. 유재석도 신동엽도 따라잡을 수 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