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드래프트에서 좌절 맛본 1100여명

대학 진학, 독립리그 진출, 육성선수 계약 등 노려야

육성선수 출신 서건창, 신인왕+MVP까지

황영묵, 대학 진학 후 독립리그서 야구 이어가

[스포츠서울 | 롯데호텔월드=강윤식 기자] 총 1261명이 프로의 꿈을 안고 KBO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중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는 100명 남짓. 나머지 1100여명은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게 됐다. 그래도 끝난 건 아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전체 1순위를 포함한 지명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러나 드래프트에는 그런 ‘지명자의 환희’와 ‘미지명자의 아쉬움’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낙방했다고 좌절하고 있을 수 없다. 다시 준비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대학 진학으로 야구를 이어갈 수 있다. 한화 노시환은 “안 뽑힌 친구들은 상심할 필요 없다. 요즘에는 대학교 2년 하고도 지명받을 수 있다. 워낙 잘 돼 있다”며 힘을 줬다.

독립리그 진출도 좋은 예다. 드래프트 이후 구단과 육성선수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제2의 기회를 만들어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적지 않다.

KIA 서건창이 먼저 떠오른다. 2008년 드래프트 당시 지명받지 못했다. 이후 LG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쉽지는 않았다. 2009시즌을 끝으로 방출. 군 문제 해결 후 2012년에 키움(당시 넥센)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반전이 시작됐다. 2012년 신인왕 수상. 2014년에는 KBO리그 최초 200안타를 적었다. MVP도 서건창 몫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KIA와 함께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맛봤다. 육성선수 신화를 쓴 가장 대표적 사례다.

올시즌 KBO리그 1위를 달리는 LG에는 주축 선수 3명이 육성선수 출신이다. 김현수는 2006년 드래프트, 박해민은 2012년 드래프트, 신민재는 2015년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못했다. 김현수, 신민재는 두산, 박해민은 삼성과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고 재능을 만개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ML)까지 진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박해민은 ‘삼성 왕조’ 주역이다. 신민재는 LG의 오랜 2루수 고민을 해결했다. 팀의 31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했다.

한화 황영묵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좌절했다. 이후 중앙대에 진학했다. 중퇴 후 독립야구단에서 활동했고, 야구 예능 최강야구를 거쳤다.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켰고, 2024년 드래프트에서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한화 정우주는 낙방한 후배들에게 “너무 힘들겠지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다시 도전해서 만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고 한다. 지표로 삼을 훌륭한 사례도 차고 넘친다. 뻔하지만, 2025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이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말이다. skywalk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