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19일 ‘천안 시대’를 연다. 충청남도 천안시 입장면에 조성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네 번째 임기를 보내는 정몽규 회장의 숙원 사업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나오는 날이다.

그가 세 번째 임기를 보내던 지난 2022년 4월 착공식을 통해 첫 삽을 뜬 종합센터는 한때 사업 목적을 두고 정치권에서 따가운 눈길을 보냈다. 정 회장은 대표팀 경쟁력 강화, 시도협회 지역축구대회 활성화 및 공동 마케팅 통한 수익 증대, 국제심판 양성 등 4선 도전을 앞두고 내놓은 주요 공약의 기능이 종합센터에 두루 담겼다고 강조해 왔다. 총사업비 1800억 원을 들인 종합센터는 메인 스타디움과 숙소, 실내 축구장, 장비동, 11면의 축구장 등을 갖췄다. 전체 규모가 47만 제곱미터로 기존 대표팀 훈련 시설이던 파주NFC 4배에 이른다.

그런데 KFA 내부는 천안 시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여전히 뒤숭숭하다. 사무국이 있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곳곳엔 ‘무계획 무대책 무책임! 준비 없는 천안 이전, 비전 없는 운영 계획, 한국 축구 끝장 난다!’라는 글귀가 적힌 KFA 노동조합(노조)의 투쟁문이 붙어 있다. 노조 조끼를 입고 투쟁 의지를 보이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KFA 노조는 지방 이전에 따른 정주 여건, 근무 대책 등을 두고 경영진의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한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을 비롯해 다수 직원이 천안 이전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뜻에 맞춰 하나가 돼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자는 데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할 때 직원 이주에 관한 계획을 마련해 합의한다. KFA의 천안 이전은 2019년 결정됐지만 이와 관련해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모든 기관 이전의 화두는 지역 경제 활성화다. 진정한 천안 시대는 KFA 120여 명의 직원을 서울에서 출퇴근시키는 게 아니라 천안에 거주하며 여러 경제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책 없이 ‘일단 천안으로 출근하라’는 주문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FA 경영진은 뒤늦게 서울역에서 종합센터를 향하는 셔틀버스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북권이나 동북권 등에 거주하는 직원은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린다. 또 직통이 아니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죽전 등을 거친다. 각 정류장 인근 거주자가 아니면 출퇴근으로만 4시간 안팎 소요해야 한다. 업무 시간이 많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 실무자 별로 긴급하게 KTX 등을 이용해 서울과 천안을 오가야 할 상황도 존재하는데, 교통 실비 지급 등도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다수는 이전 시기와 부서 기능을 고려하지 않는 천안 시대 개막을 반기지 않고 있다. 당장 KFA는 10월10일 브라질, 14일 파라과이와 A매치 홈 2연전 준비로 여러 부서가 바쁘다. 그에 앞서 추석 연휴도 껴 있어 주요 클라이언트와 업무를 이달 내 마쳐야 한다. 그런데 이사 준비와 더불어 종합센터 시스템 적응 등에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KFA는 종합센터 내 사무공간으로 두려고 한 메인스타디움 3층을 쓸 수 없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의 핵심으로 지적해서다. 숙소동에 사무실을 두기로 했는데 KFA 전 직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천안 시대 개막에 앞서 정 회장부터 문체부와 갈등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결국 천안 시대는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김승희 전무이사는 “노조와 교섭을 앞서 끝내지 못한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환경이 워낙 급격하게 변하는 것인 만큼 여러 의견이 존재해서다. 직원의 정주 여건, 업무 환경 변화에 따른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할 것”이라며 “정 회장께서도 천안 시대에 직원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할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kyi0486@sportsseoul.com